2. 학교 앞 구멍가게
꼬질꼬질 먼지 뽀얀 선반 윗부분에 알 수 없는 물건과 천정에 대롱대롱 매달린 물건은 도대체 무엇일까?
오래된 학교 앞 구멍가게
몇십 년 묵은 먼지를 뒤집어써서 빛깔이며 형태를 잃어가는 물건들 도통 알 수 없는 신비한 것들. 오랜만에 오면 저것들이 표시 안 나게 위치를 바꿔가며 자리하고 있다. 바쁜 주인아저씨는 아마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어둡고 요란한 학교 앞 구멍가게에 오늘도 들어간다. 향기에 끌려 보니 지우개다. 마음먹고 지우개를 사러 오는 날이면 지우개 하나를 사더라도 이것저것 눌러보고 냄새 맡아보고 쉽사리 고르기 힘들다. 그냥 녹색도 아니고 반쯤 속이 보이는 투명녹색의 색감에 빠져 만졌다가도 핑크색의 사탕 냄새에 반해 핑크색 지우개에 손이 갔다가 파인애플모양은 형태에 빠져 만지작만지작 고민을 하지만 결국에는 처음 손이 가던 투명녹색 지우개를 골라 집에 돌아오면 파인애플 지우개가 다시 아른거려 후회한다.
학교 앞 구멍가게는 요술재료를 파는 마법 상자. 천정에는 알 수 없는 온갖 것들이 걸려있고 끈적끈적 누릿누릿 몇 년 동안 걸려 있었는지 가늠하기 힘든 것들이 사방천지다. 자세히 보니 식용색소, 베킹파우더, 뉴슈가, 바닐라 향 그 옆으로 진회색 먼지가 전깃줄에 쌓였다가 무게에 못 이겨 옆으로 기울어지고 옆으로 기울어지고 천정을 여기저기 가로지르고 있다.
안쪽 구석은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는다. 작년 운동회에 쓰던 곤봉이나 훌라후프도 있고 청군백군 머리띠며 이것 저것들이 마구잡이로 쌓여있는 것을 보니 아저씨는 정리 정돈에 재주가 없다. 가게 안으로 연결된 여러 개의 출입문에는 빠짐없이 빼빼마른 북어에 흰색 명주실이 칭칭 감겨 걸려 있고 손바닥만한 노란부적이 여러 개 붙어있는 것을 보니 아저씨도 엄마처럼 미신을 좋아하거나 부자가 되고 싶은가보다.
쪽문 뒤 모퉁이에서 잉잉거리는 전자음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4개의 작은 오락기계에 쪼그려 앉아 알록거리는 조명을 받으며 오락에 열중하는 남자애들이 보인다. 전에는 없었는데 요즘 유행인가 보다. 어두운 구석에서 비치는 다채로운 조명에 끌려 구경하는데 남자애들 손이 겁나게 빠른것이 밥 먹고 이 짓만 했나 보다. 손기술이 화면보다 재미가 있다.
안쪽에는 문구류로 공책이나 지우개 연필 도화지가 정리되어 있고 밖에는 유리구슬, 딱지, 종이인형, 뽑기, 쫀득이와 사탕 같은 요란한색의 불량 식품이 하루다 멀다하고 다양하게 나온다. 무지갯빛 숫자모양 쫀득이와 주황색 줄줄이 갈라먹는 쫀득이를 연탄불에 구워 조금씩 띁어 먹는다. 연탄불에 갓 구워 내면 말랑말랑 거리며 꿀이 나오는 쫀득이도 있다. 설탕이 반짝반짝 박혀있는 눈깔사탕도 눈이 간다. 학교 앞 구멍가게 아저씨는 얼마나 재미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