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날

by 이강

6. 운동회 날

운동회날은 운동장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잡상인들 구경하는 맛이 꿀이다.

솜사탕 아저씨가 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짐 자전거 뒤에 서서 ‘쉬이쉬이’ 소리를 내며 솜사탕을 만드는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본다. 주변을 돌아보니 나처럼 정신 빠진 아이들이 열명은 훨씬 넘는다. 단지 나무젓가락만을 휘휘 돌릴 뿐인데 하얀 거미줄이 몇 가락이 모여지나 싶더니 순식간에 제법 형태를 갖춘 솜사탕이 뚝딱 나온다. 부드러운 솜사탕을 한 입만 먹으면 세상에 부러울게 없겠다.

삐약삐약 삑삑삑’ 닭 똥내가 나는 누런 박스에 노랑병아리가 이리 저리 몰려다닌다. 얇은 다리에 송송한 노란털이 인형이나 다름없이 얼마나 예쁜지 갖고 싶지만 내일 아침이면 꾸벅꾸벅 졸며 눈곱이 끼는 병아리가 될 일이 뻔하고 아무리 잘 키우려고 노력해도 병아리는 결국 죽고 만다. 예뻐도 안 사기로 진작에 마음먹었다. 오늘은 그저 보기만하고 지나간다.

달고나 향이 나는 쪽을 돌아보니 아저씨 주변에는 노랗게 부푼 달고나를 젖고 있는 아이들이 제법 모였다. 달고나는 저학년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아 작은 아이들만 모여앉아 별모양 달모양 달팽이 모양 달고나를 깨물어 먹고 있다. 냄새는 좋지만 달고나는 내 취향이 아니다.

보기 드물게 오늘은 금붕어 장사도 왔다. 운 좋은 날인가보다 금붕어 구경도 하고, 금붕어를 사면 아저씨는 긴 비닐봉지를 잘라 입으로 바람을 넣고 부푼 좁은 비닐봉지에 금붕어를 번개처럼 낚아채서 봉지에 담아 준다. 비닐 속에 담긴 금붕어가 생각보다 낭만적으로 보인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가 지켜보는 가운데 오빠와 동생은 수돗가에서 손발을 씻고 검사를 받고 있다. 때 국물이 손이며 발에서 줄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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