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옷
새 옷에서 슬금슬금 나는 새 옷 냄새는 하루 종일 우쭐해지게 한다.
엄마는 연년생인 여동생에게는 바지나 점퍼처럼 단순하고 편안한 옷을 사주는 반면 내 옷은 레이스 블라우스, 원피스, 주름치마, 빨간 구두로 동생과는 상반되는 옷을 사주고 머리스타일도 동생은 바가지머리를 6년 내내 하고 나는 허리까지 길게 머리를 치렁거렸으니 그 머리로 오만가지 스타일을 만들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멋부리기 전성기였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알았으며 행사 때마다 불려 다니며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엘리제를 위하여' ‘소녀의 기도’를 쳤기 때문이다. 연주에 어울리는 옷으로 땅에 질질 끌리는 드레스만 빼고 화려한 블라우스와 치마,구두를 맘껏 누렸다.
초등학교 때 즐겨 입던 옷 중에서 나풀나풀거리는 남색바탕에 흰색 땡땡이 무늬의 실크원피스.
그 옷은 정말이지 깃털처럼 부드럽고 가벼웠다. 가슴부터 주름이 있어 폭이 넓어지지만 입은 듯 안 입은 듯 잠자리 날개 같았다. 봄바람이 부는 날에는 살짝 살짝 바람의 방향에 따라 돌아가는 치마 끝이 살아 있는 듯 제멋대로 움직였고 몸 움직임에 따라 느낌 없이 살랑거리는 치마 끝을 보려고 뛰어다니며 빙빙 돌았다. 반질거리는 실크 느낌이 살에 닿을 때마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것이 촉감도 최고다.
한여름에 입던 타월재질의 보랏빛 원피스는 오른쪽 앞부분에 커다란 해바라기가 붙어있고 왼쪽어깨 부분과 가슴에는 입체로 튀어나온 튜울립이 하나씩 붙어있었다. 타월느낌의 재질도 흔치 않은데 원피스의 등 부분이 깊게 파지고 그부분을 X형으로 잡아준 모양이 포인트 중에 포인트다. 그 옷을 입는 날은 옷에 대한 칭찬으로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 였다.
목까지 올라오는 레이스가 많은 하얀 블라우스를 입는 날에는 주름치마를 주로 입는다. 목 부분부터 시작해서 앞 단추까지 이어진 레이스는 두 겹으로 풍성하기 끝판왕이다. 소매 끝도 목 부분과 똑같은 레이스가 있는 그야말로 르네상스 시대의 백작이 입던 화려함의 극치다. 자세히 보면 하얀 블라우스에도 실크 실로 수가 넣어져 빛의 방향에 따라 군데 군데 특별한 광택이 생겨 수업시간에 소매 끝이나 가슴 부분에 레이스에 넋이 나가 수업엔 관심도 없었다.
겨울에는 무릎까지 오는 지퍼 달린 빨간 부츠가 있다. 지난겨울은 발목까지 오는 털 부츠만 신었는데 무릎까지 오는 지퍼달린 롱부츠가 갑자기 눈에 들어와 떼쓰고 매달리고 징징거려 결국에는 얻어냈다. 신다보니 엄마 말대로 불편하기 짝이 없었지만 내색을 안 하려고 줄기차게 신고 다녔는데 발꼬락까지 시려워 신을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불편함의 총집합 그야말로 애들은 신을게 못된다.
옷이나 신발에서 느끼는 경험은 또 다른 감각을 알려주고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그것은 경험치를 늘려준다. 어른들의 눈높이로 질러가는 길만 알려주기보다 지들이 고생을 해봐야 배우는게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