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그해 겨울부터 발 스케이트를 어깨에 매고 대로를 행보하는 사람이 간간이 눈에 뜨였고 때맞춰 집 근처에 스케이트장이 생겼다. 스케이트장은 그냥 논바닥에 물만 있으면 됐다. 스케이트라는 단어조차 생판 모르고 있는 참에 구경을 가보니 썰매도 아닌 것이 미끄러운 얼음 판 위에 서서 한발 한발 미끄러져가는 모습이 괘나 우아해보였다. 추운 줄도 모르고 넋 빠지게 바라본 스케이트는 신세계다.
사는거 좋아하는 아빠는 스케이트에 대한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진짜 스케이트를 사왔다. 다음날 스케이트를 들고 오빠와 동생과 논으로 향한다. 막상 얼음 판에 올라가 스케이트를 신으려니 신는 법도 모르고 우물거리자 눈치 빠른 주인아저씨가 발등에 두어번 감아 묶어주자 발이 스케이트 날과 달라붙어 하나가 된다.
일어나고 싶은 용기가 생겨 슬슬 엉덩이를 들어 올리려고 하니 일어나지지 않는다. 주변을 두리번거려 보니 남들은 번쩍번쩍 잘도 일어나는데 일어나는 것도 큰 일이다. 앞으로 일어나자니 발이 앞으로 밀리고 옆으로 일어나자니 팔이 짧아서 땅을 밀고 일어나기 힘들다. 별의별짓을 해서 간신이 일어나니 차라리 앉아있는 편이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했다.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가까이 사람이라도 오면 부딪힐까 겁이 나서 휘청거리다 넘어진다. 주인아저씨가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스케이트 타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우선 몸을 앞쪽으로 숙이고 발목을 안쪽방향으로 잡아서 한발을 뻗으라고 한다. 몸을 약간이라도 구부리니 넘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줄어들고 몇 발짝을 아저씨가 시키는 대로 걸어보니 신기하게도 알 듯 말듯 요동치는 몸이 진정된다.
첫날은 몸 전체가 몽둥이로 얻어맞은 듯 뻐근하고 발목은 전기가 오듯 찌릿 거린다. 몇 일이 지나자 하루하루 다르게 속도감이 붙는다, 오빠도 제법 멋을 부려가며 타는 모습이 저게 우리 오빠가 맞나 의심이 갔다. 휙휙 바람 소리를 내며 지나가다 보란 듯이 여유 부리며 툭툭 건드리는데 언제 저렇게 빨리 터득했는지 공부를 스케이트처럼 터득했으면 천재소리 들었을 것 같다.
그 후로 겨울이면 얼음판이 얼기 무섭게 스케이트를 타러 다녔고 얼음판을 찾아 쉬익 쉬익 어름 갈리는 소리를 내며 누구보다 빨리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