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뽑기
뽑기는 운이 나쁘면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것을 어깨 넘어 무수하게 봤기 때문에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왕관, 목걸이, 귀걸이가 1, 2, 3등 상품이다. 장난감이 아닌 영국 황실에서 사용하는 느낌이랄까! 그중에서 특히 2등 상품인 하얀색 진주 목걸이가 눈에 삼삼하다. 오가며 몇번 시도했지만 그러면 그렇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만 뽑힌다.
그날도 지나다가 진주목걸이를 보면서 우물쭈물 망설이고 있는데 또래 아이가 뽑으려고 준비중이다. 내가 뽑는것도 아닌데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에 바싹 붙어서 쓰잘떼기 없는 것이나 나와라 기도하고 있었는데 세상에마상에 나의 진주목걸이가 나오는 것이다. 어찌나 놀랬는지 ‘안돼’하며 소리를 지를 뻔했다.
복도 지지리 없지 몇 번을 해도 뽑히지 않던 목걸이를 한방에 뽑다니 저 애는 운도 많다. 내 목걸이를 빼앗기다니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가게는 많고 뽑기는 가게마다 있었다.
다음날 다른 가게로 달려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제 그 자리를 정확하게 뽑았다. 그러면 그렇지 그 자리는 어김없이 2등이다.
맨질맨질 윤기나는 진주목걸이를 목에 걸고 거울을 바라본다. 움직일 때마다 목 언저리에서 무거운 무게감이 느껴진다. 역시 좋은 진주는 무게도 다르고 크기도 다른가 보다. 나도 모르게 팔짝팔짝 뛰면서 이방 저방을 다니며 개다리 춤을 췄다.
문제는 동생이다. 부러운것인지 삐진 것인지 갑자기 말도 안 하고 목걸이를 볼 때마다 눈을 내리까는 것이 신경이 쓰인다. 결국 다음날에 다른 가게에서 진주목걸이를 뽑아서 동생에게 걸어주었다. 지지배가 좋아서 들개새끼처럼 날 뛸줄 알았는데 시큰둥한 것이다.
진주목걸이가 갖고 싶어서 삐진줄알았는데 학교에서 친구와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괜히 돈 버리고 신경쓰고 좋은일하려고 했더니 헛수고만 한 것이다. 이럴 땐 누가 잘못하고 잘했는지 속 시원하게 풀어서 딱밤 때리기라도 했으면 속이 후련하겠다.
이후로는 시시한 뽑기에 재미를 잃어 뽑기 쪽으로는 쳐다보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