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솜틀공장
성정동 집 근처에는 솜틀공장이 있다.
공장은 항상 모든 문이 열려있었고 ‘ 털털털 털털털 ’기계소리가 나며 골목 조차 하얀 꼬부랑 먼지가 풀풀풀 날려 오다가다 제채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소리만 들렸지 도대체 솜틀공장이 뭐하는 곳인지 궁금하긴 했는데 엄마가 목화솜을 이고지고매고 솜틀공장을 가자고 한다. 공장 내부를 볼 수 있는 기회다. 얼씨구나 하던 일을 집어 던지고 앞장섰다.
천정이 높은 시커먼 공장 속에서 딸랑 아저씨 혼자 오른손에 긴 대나무를 들고 서 있었다. 순간 밀림속의 타잔이 떠올랐다. 누런 메리야스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고 눈만 반짝반짝.
공장치고는 말문이 막힌다. 엄마랑 아저씨랑 머라머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저씨는 멀찌감치 가라고 거만하게 한쪽 손을 까딱까딱 흔들더니 대나무 끝으로 목화솜을 툭툭 친다. 무슨 공연을 시작하는 사람처럼 자세를 잡더니만 손 한번 안 쓰고 목화솜을 대나무 끝으로 펼친다. 침대만한 원통형기계가 '탈탈탈' 돌자 두툼했던 솜이 얇디 얇은 솜으로 나오고 아저씨는 순간적으로 대나무를 휙휙 들어 올리고 밀고 쑤시고를 반복하더니 얇은 솜이 구름처럼 높이높이 쌓인다. 목화솜은 얇은 거미줄처럼 세 배가 되서 부풀어 나온다. 대나무 하나로 못하는게 없다. 묘기 수준이다. 콧구멍이 간질거리고 귀가 멍멍하게 시끄러웠지만 재미가 기가 막힌다.
마지막까지 아저씨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커다란 솜을 단지 대나무 하나로 돌돌 말아 손잡이 까지 만들어 주었다. 절로 박수가 나왔다. 이 아저씨는 타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