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by 이강

14. 소풍

소풍이라는 단어는 사람을 들뜨게 한다. 초등학교 때 소풍가는 날이 다가오면 한 달 전부터 각반마다 장기자랑 준비하느라 선생님과 오락부장은 노래 잘하는 사람, 춤 잘 추는 사람을 뽑느라 어수선하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그날은 학교를 벗어나 하루 종일 논다는 생각과 대놓고 엄마가 과자나 사탕, 초코렡 등 군것질을 사다주는 날이라서 더 신난다. 소풍가는 곳이라야 학교 주변에 있는 야트막한 산이라서 2학년 때 간곳을 4학년 때가고 3학년 때에 앞산으로 갔으면 5학년 때는 뒷산으로 가는 것이 고작이지만 소풍이라는 단어는 지루한 수업시간도 즐겁게 했다.

초등학교는 한반에 60명이 넘었고 보통 10반에서 12반까지였다. 그 많은 학생들이 차례로 줄을 서서 각 반끼리 돌림노래도 불러가며 가방에서 주섬주섬 껌이며 카라멜, 과자를 먹어가며 걷는다. 초코렡은 입천장에 붙어 먹고 카라멜을 빠진 이빨사이에 껴 넣고 빨아 먹는다며 각자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친구가 주는 마른오징어 다리 한 짝을 들고 살짝 고민을 한다. 이미 딸기 맛 풍선껌이 입에 있는데 아까워서 뱉을 수도 없고 반반씩 몰아 물고 씹어가며 걷는다.

끝이 안 보이도록 길게 늘어선 아이들의 행렬은 왠지 모를 희열과 장엄함까지 느껴진다. 알록달록 요란스러운 새 옷을 입은 친구들이 마치 문방구에 진열된 풍선, 지우개, 종이인형, 불량식품처럼 흥분시키고 앞 친구 가방의 고리장식은 햇살에 눈이 부신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마다 손을 흔들어준다.

힘들고 땀이 날쯤 드디어 축축하고 푹신한 산으로 향하는 좁은 길로 꺾어 들어간다. 진한 나무 향과 들꽃 향이 확 몰아온다. 자잘한 풀과 꽃이 발에 밟히고 귀 옆으로 나뭇잎이 스쳐지나간다.

앞사람과 간격이 멀어지거나 딴 짓이라도 하면 귀신처럼 나타난 선생님이 머라머라 재촉한다. 도착 신호가 들린다.

장기자랑이고 나발이고 김밥만 먹으면 장땡이다. 보물찾기고 나발이고 소풍은 김밥이다. 도시락을 먹고 나면 소풍은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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