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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 Jul 23. 2022

남동생

송충이

송충이
 
 성정 초등학교 운동장 가생이로 아름드리 플라타나스 나무가 빼곡하다. 여름방학 끝 무렵이면 나무아래는 가운데 손가락만한 굵기의 송충이가 머리위로 어깨위로 뚝뚝 비 오듯이 떨어진다. 시커먼 몸에 흰털이 숭숭 난 송충이가 담벼락 모퉁이마다 바글바글 꿈틀꿈틀 백개는 넘게 모여있는데 공포 그자체다. 

시원한 나무 그늘아래에는 그네, 철봉, 시소 등 놀 것들이 가득한데 송충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얼씬도 못한다. 그늘하나 없이 햇볕 내리쬐는 계단이나 운동장 한가운데에 앉아 마른 흙 놀이만 한다. 아무도 타지 않는 한가한 그네에 올라타고 싶은데 그네 줄에도 엄지손가락보다  굵은 송충이가 꿈틀꿈틀 줄지어 올라가고 있어 그림에 떡이다. 

멀리서 그네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남동생이 재영이랑 송충이가 뚝뚝 떨어 지는 그곳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큰 나무 아래에서 흙바닥을 쓸어 모으고 있다. 흙 놀이든 구슬놀이든 하는 것 같은데 한곳에서 꿈쩍도 안 하는 것이 혹시나 송충이가 없나 해서 가까이 가보니 동생이 팔을 번쩍 들고 힘을 쓰는 듯하니 팔꿈치 부분에 물기 같은 것이 줄줄 흐르는데 녹색 물이 손가락 사이사이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잘못 본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해서 최대한 가까이 가서 보니 세상에 송충이를 한 손에 채워 넣고 주먹을 꼭 쥐어 터트리며 노는 중이다.  너무 놀라 아는 채도 못하고  남동생이 따라 올까봐 뒷걸음쳐 앞만 보고 집으로 도망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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