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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 Jul 14. 2022

아빠의 간식

통닭
 아빠가 양손가득 전기구이 통닭을 사오는 날은 방금 배터지게 밥을 먹었어도 방이 꺼지도록 개다리 춤을 추고  원숭이 흉내를 내며 방바닥을 가로질러 왔다갔다 요란하다. 통닭냄새는 무슨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찰지며 잔소리 많은 엄마도 약하게 만든다. 

하얀 기름종이에 얌전히 포장되어 있는 전기구이 통닭은 먹기 좋은  검붉은 갈색으로 익어있고 껍질부분은 바싹한 느낌으로 부풀어 있으며 볼록한 배는  반들반들 윤기가 돈다. 무엇이 되던 간에 먹고도 남을 만큼 사오는 아빠의 허세로 음식 때문에  우리남매는 싸울 필요가 없다. 

엄마는 기름기 좌르르 흐르는 통닭 두 마리를 자잘자잘 뜯어 놓는다. 통닭 껍질은 과자처럼 바싹바싹 소리가 날 정도이고 가슴살이든 다릿살이든 퍽퍽 거리지 않고 촉촉한 맛이 난다. 엄마는 통닭 집을 연신 칭찬하면서  이 집 주인이 무도 많이 주고 소금후추도 여러 봉지를 주는 폼을 보니 장사할 줄 안다고  통닭 두 마리를 뜯어 먹을 때까지 갖가지 이유를 대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엄마가 통닭을 좋아하는 덕에 성환으로 가족이 30분을 걸어 시내버스를 타고 일주일이 멀다하고 치킨을 먹으러 다녔다. 집에서 성환까지 가려면 시내버스를 타고도 40분은 걸린다. 허름한 시장 통에 위치한 치킨 집은 사람으로 바글거렸고 그곳에서 생전 처음 케첩을  먹어봤다. 불그스름한 것이 접시에 수북이 담아 나오는데 이것이 고추장은 아닌 것이 색상은 고추장이고 시큼한 냄새에 꼬랑 꼬랑 한 것이 이상야릇한 맛은 맛있는 것도 아니고 맛없는 것도 아니었다. 치킨이 나오자  주인아줌마가  치킨에 케첩을 찍어 먹으면 그렇게 맛있다고 미군부대 군인들이 먹는 방식이라며 자랑질을 한다. 주인아저씨가  평택미군부대에서 미국사람한테 직접 치킨을 배워 장사하는 거라며  시큼한 케첩이  기름진 치킨과 만나면 금상첨화라며 재촉한다. 남동생은 미국사람처럼 케첩에 빠져 치킨에 붙은 케첩만 빨아 먹는다. 어린애들은 어른들에 비해 빨리 배운다고 하더니  코가 아픈 콜라도 잘 먹고 미국사람이  먹는다는 케첩도 잘 먹고 빠르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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