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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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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 Jul 29. 2022

밥상

겨울밤 간식

고염     

꽁꽁 얼던 날 할머니는 귀엽고 작은 항아리를 안고 방으로 들어왔다. 

뚜껑을 열자 항아리 속에서 낮 익은 달큰한 냄새. 그 속을 숟가락으로 몇 번을 뒤적거리더니 한 입 떠서 차례로 입속에 넣어주려 하는데 맛없어 보이는 거무스름한 색에 움찔한다. 냉큼 입을 벌리지 않고 동생들은 서로 두리번거리지만 할머니를 생각해서 용기 내어 ‘아’ 하고 크게 입을 벌렸다.

 자잘하고 얇은 것이 껍질도 있고  씨앗도 있다. 어디서 먹어보던 맛인데 생각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색깔에 비해서 맛은 훌륭하다. 할머니는 뒤 곁에 있는 고염나무라고  일명 작은 홍시나무라며 감하고 똑같이 생겼는데 엄지손톱처럼 작다고 했다. 어쩜 그리도 홍시와 맛이 똑같은지 홍시를 숟가락으로 으깨어 먹는 듯 ‘아’ ‘아’ ‘아’ 자꾸만 할머니를 향해 입을 벌린다. 한겨울에만 먹던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고염은 할머니가 병아리 주둥이에 먹이를 넣어주던 어미닭의 모습 같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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