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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 Jul 29. 2022

가래떡

가래떡

 화롯불이 빨갛다가 숯으로 변했다가 바람이 불면 다시 빨갛게 달아오른다. 불쏘시개로 살짝 속을 헤집어보면 빨간 불이 화끈화끈.

 할아버지는 돌멩이보다 딱딱한 가래떡을 쟁반 가득 들고 우릴 둘러보며 자랑스럽게 으쓱거린다. 조르르 화로 앞으로 다가가 가래떡을 하나씩 들고 칼싸움을 하다가 

“음식 가지고 장난치면 불지옥 간다.” 

는 할아버지 말에 멈칫. 할아버지는 가래떡을 화로 위에 줄을 맞춰 올려놓고 노릇노릇 구워질 때쯤 재를 털어가며 연신 돌려준다. 콩알처럼 부풀어 오른 부분에서‘포옥’ 하고 구멍이 터질 때마다 고소한 누룽지 냄새가 올라온다. 말랑말랑하게 쳐지기 시작하면 쫄깃한 가래떡을 빨리 먹고 싶어 

안달이 나고 '아직 멀었다며' 할아버지는 천천히 여유를 부려가며 골고루 구워낸다. 다 구어진 노릇노릇 한 가래떡이 쟁반 위에 소복하게 쌓이고 시커먼 재 가루가 묻은 가래떡 가장자리 부분에서 스멀스멀 김이 올라오면 온 방안으로 구스름한 냄새가 가득 찬다.

 겨울이면 냉 골방이 되는 건넌방에서 할머니가 차가운 조청 항아리를 들고 나온다. 조청 항아리에 가래떡을 집어넣고 돌돌돌 말아 하나씩 나눠주면 보는 것만으로 맛이 느껴질 정도로 감격스럽다. 뜨거운 가래떡에 돌돌 말린 조청을 바닥에 흘리지 않게 조심조심 입에 넣고 씹는다. 안 씹히는 것 같으면서도 뭉글뭉글씹히는 조청은 신세계 식감이다. 꿀보다 맛있는 조청이 따스한 가래떡에 돌돌 말려 입속으로 들어가다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겉은 바싹 속은 쫄깃하게 구운 가래떡 하나만으로도 충분한데 오늘은 횡재한 날이다. 

이제부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은 조청 말린 가래떡이다.

 “할머니 더 더 더 더” 

조심해서 먹는 대도 턱이며 바지, 앞자락에 조청이 뚝뚝 떨어진다. 쫀득거리는 가래떡에 돌돌 말린 조청은 할머니 댁에서만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겨울 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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