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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 Jul 29. 2022

굴뚝새

굴뚝새     

 할아버지가 세상에서 젤로 맛있는 것을 보여준다며 눈을 감으라고 한다. 

그날도 화로 앞에 앉아서 무엇인가 구우려고 준비 중인 듯했다. 화로 앞에 둥글게 앉아 눈을 반쯤 감고 설렘  반 장난 반으로 키득거리며 기다리고 있는데 할머니는 밖에 나가서 하라고 몇 번이고 할아버지를 말리고 윽박지르는 것이 궁금해 미치게 한다.
 “아이고 아이고 말도 징그럽게 안 들어 먹네”
 할머니가 이렇게까지 여러 말 한 적이 없는데 뭔가 굉장한 것이 준비됐나보다. 눈치로 봐서는 화로 속에 무엇인가를 넣은듯한데 숯불 속에 쳐 박아 둔 크기로 봐서는 작은 것 같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라고 하니 할머니 잔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화로 앞을  지켰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라서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만 같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실랑이를 버리는 사이 화로 속에서 실처럼 가늘게 연기가 갈팡질팡 하는가 싶더니 '푹 '소리가 나며 숯불표면에 재가 들썩하자마자 연기가 올라와 방안에 가득 찬다. 냄새도 장난 아닌 머리카락 타는 냄새다. 방안에 연기가 뿌연해지자 할머니는 궁시렁 궁시렁거리며 방문을 연다. 연기는 금방 빠졌지만 머리카락 타는 냄새는 그대로 남아 있다. 바로 이 냄새를 할머니가 싫어했던 것인가 보다. 할아버지는 비밀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이며 불쏘시개로 화로 속을 뒤 적 뒤 적 하더니 작은 재 덩어리를 꺼내서 화로 옆에 탁탁 턴다. 도대체가 알 수 없는 작은 숯 덩어리가 나왔다. 할아버지는 이 작은 덩어리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굴뚝새라며 한입 먹어보라고 날개 부분을 떼어준다.
 “으아악 할아버지 잔인해”
 소리치며 방 저쪽으로 도망간다. 날개며 다리며 몸뚱이며 하나하나 떼어 빙글빙글 웃어가며 약 올리 듯  맛나게 쩝쩝거리며 가장 맛있는 부분은 굴뚝새 대가리라며 손으로 번쩍 들어 보여주더니‘오드득 오드득’ 뼈하나 남김없이 씹어 넘긴다. 우리는 눈을 꼭 감고 쫑알쫑알  오늘만 할아버지를 봐주는데 이제부터 새는 잡지 말라고 약속을 받아낸다. 
 “허허허 허허허 그려 그려”
  겨울밤이면 할머니 댁은 웃는 맛이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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