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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 Jul 30. 2022

김치찌개

3. 김치찌개     

할머니의 열무김치 찌개는 젓가락이 가다가 되돌아올 것 같이 맛대가리는 없어 보인다. 

붉은빛이라도 있으면 식감이 돌겠지만 검은빛에 얇고 찌질한 김치찌개는 차라리 마른 나물을 삶아놓은 상태라고 봐야 쉽다. 

거기에  찌그러진 양은냄비까지 가관이다. 얼마나 닦았으면 누런 양은이 은빛이 되도록 반질거릴까하는 생각에 가끔은 밥을 먹다가 멍하게 양은냄비의 광택에 이끌려 저러다가 보석으로 변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멍청한 생각을 할 때 도 있다. 찌그러지다 오그라든 냄비나 김치찌개나 눈으로 보기에 돌던 입맛도 떨어지지만 찌개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사람 애간장을 녹이도록 군침 돌게 한다.

 밥이 뭉글뭉글  씹힌다면 열무는 결이 있는 한 방향으로 잡아당기듯 끊어진다. 뭉글거리는 밥 속으로 섞이는 열무와의 조화는 딱 맞아떨어지는 응집된 결정체이다. 열무 한가지에 열 가지가 넘는 반찬 맛이 골고루 베였다고 할까? 굳이 여러 반찬을 먹지 않는다 해도 서운할 것 하나 없는 맛이  한여름 쏟아낸 찌질한 열무다. 

김치찌개 사이사이로 개나리 빛 기름이 살살 도는 들기름 향은 밥상이 부엌으로 나가기 전까지 밥상 앞을 떠나기 아쉽게 만든다. 아무리 맛있는 소시지 반찬, 오뎅  반찬이 있다 해도  열무김치 찌개 하나만 있어도 일주일 저녁쯤은 질리지 않게 먹을 자신이 있다. 

뒤적거려 봐도 돼지고기나 멸치대가리 하나 없이 끝장나게 맛있는 김치찌개는 저녁시간을 알리는 할머니 목소리에 귀 기울게 만든다. 흰쌀밥에 열무김치찌개의 환상적인 조화는 두말 할 것도 없이 할머니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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