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대문밖

올갱이

by 이강

7. 올갱이

점심을 먹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목수건을 두르고 밭으로 후다닥 열 발짝씩 날아가는 할머니는 다 찌그러진 주전자 하나를 들고 저 큰 개울가로 올갱이를 잡으러 가자고 한다. 무엇을 잡든 말든 상관없다. 개울가에서 그것도 할머니랑 같이 논다는 생각만으로 얼씨구나 신이난다. 처음 듣는 올갱이가 뭐든간에 벌레만 아니면 다 좋다. 할머니가 바쁜 농번기에 움직이는 분이 아닌데 마음 바뀌기 전에 개울가 복장으로 짧은 반바지에 개울물에 떠내려가지 않게 샌들을 단단히 조여 신고 할머니를 앞질러가며 랄랄라 걸음을 걷는다. 인심 쓰듯 할머니 손에 쥐어진 찌그러진 주전자도 빼앗아 든다.

가는 길에 개울을 보자 할머니는 점검하듯 개울 바닥에 돌을 뒤집어 보며 검정색 점박이 같은 것을 떼어 보여준다. 물고기 똥처럼 생겨 냉큼 만지고 싶지는 않지만 이것이 올갱이라는데 짙 녹색이라고 해야 맞는지 검정색인지 볼수록 소라를 닮은 것이 올갱이라는 이름과 잘 어울려 보인다. 개울가 돌멩이에서 흔히 보던 것인데 저걸 먹는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할머니는 이렇게 작은 것은 잡아봐야 먹을 것이 없다면서 좀 더 큰 걸 잡아야한다고 손가락 두 마디 정도를 가리킨다. 30분정도 걸어 오얏골 넓은 개울 앞에 도착하니 물도 많고 물살도 장난아니다. 요리조리 얕은 곳을 찾아 개울물 속으로 할머니를 따라 한발 한발 내디뎌 들어가자마자 무릎이 휘청한다. 좁디좁은 개울에서만 놀다 넓은 곳에 들어오니 가슴 벅찬 두근거림으로 이제 어린애가 아니니 어른스럽게 행동해야겠다는 묘한 마음가짐이 생긴다. 한발 한발 힘을 주어 돌바닥에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며 가운데 가운데로 향해 걸어 들어가니 물의 깊이는 깊어야 정강이 절반쯤 되는데 물살이 어찌나 센지 두 번이나 주저 앉았다를 반복했다. 개울 중앙에 이르자 긴장을 했는지 온통 물소리만 들리고 일렁이는 짙은 물살이 내 몸을 덮치는 것 같은 어지러움 증에 속이 울렁거리며 몸이 떠내려갈 것처럼 힘이 빠진다. 발가락에 힘을 주고 호흡을 가다듬어가며 진정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허벅지사이를 통과하는 물속을 바라보니 누런 돌멩이 위에 검은 점점이 박혀있는 올갱이가 보인다. 손바닥으로 살짝만 훑어 올려도 한주먹씩은 떨어지는 것이 운이 좋으면 열 마리가 넘게 붙은 돌멩이도 발견할 수 있다. 할머니가 말한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의 올갱이도 있고 더 큰 올갱이는 껍질도 두껍고 조각이라도 새겨 넣은 듯한 이집트 문양이 있다. 올갱이에 정신 팔려 방심하다가 조금이라도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앞머리가 물에 감기고 얼굴까지 물속에 쳐 박혀 진다. 할머니는 연신 물속 가까이 얼굴을 숙이고 손으로 올갱이를 주워 담듯 빠르게 움직인다. 넓은 개울 가운데 쪽은 더 깊을 줄 알았는데 돌무더기가 몰려있는지 점점 얕아 발등위로 물이 흐르는 곳도 있다. 섬처럼 올라온 곳에 서서 사방이 물로 가득 찬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다. 행복해진다.
우리가 놀던 작은 개울과는 크기가 달라서 망설였는데 막상 들어오고 나니 물속에서 나가기가 싫을 뿐 아니라 작은 개울에서 노는 것은 시시한 생각이 든다. 얼굴을 물속으로 쳐 박고 자갈과 물결을 살펴본다. 이미 양쪽 주머니 속에 티셔츠 앞 지락에 올갱이로 가득해 몸을 숙일 때마다 올갱이가 부딪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난다. 바닥에는 깔린 것이 죄다 올갱이고 발가락으로 스치면 올갱이가 발가락 방향대로 이리저리 쓰러진다.

할머니가 빨리 올라오라고 손짓하며 소리친다. 잠깐 노는 것을 멈추고 할머니에게 달려가려고 하니 발걸음이 더뎌 물 속에서는 아무리 빨리 발을 뻗으려 해도 뒷걸음질 치는 것 처럼 보여 동생과 서로를 보면서 웃다가 물속으로 주저앉아 그 바람에 앞 지락에 모아둔 올갱이가 모두 쏟아졌다. 너무 웃겨서 물속에 주저앉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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