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대문밖

그물질

by 이강


8. 그물질


언제 할아버지와 막네 삼촌이 왔는지 개울가 가생이에서 그물질을 하고 있다. 풀뿌리가 많은 곳에 물고기가 모여 산다고 할아버지는 풀뿌리가 무성한 곳만 골라가며 그물을 뿌리 쪽으로 쑤셔댄다. 점점 좁아지는 개울가를 따라 올라가며 할아버지는 그물을 대고 삼촌은 한발로 풀뿌리 부분을 발로 지근지근 밝는다. 깊어 보이는 곳이든 나무뿌리가 무성해서 들어가기 힘든 곳이든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삼촌의 긴 장화는 발길질을 하고 풀뿌리를 밟을 때마다 흙탕물이 올라오고 풀 둑이 무너져 흙덩이가 물속으로 우르르 쏟아진다. 올갱를 잡던 할머니도 할아버지 그물질 구경에 빠졌는지 할아버지 옆에 가서 그물질 훈수를 둔다.
“이쪽 이쪽을 더 펴 고기 빠져 나가”
그때마다 할아버지는 그물을 더 꼿꼿하게 받쳐 들고 할머니 말을 따른다. ‘으라차차’하며 그물을 들어 올리자 검은빛의 미꾸라지와 자잘한 물고기, 벌레지 처럼 생긴 징그러운 것들이 그물에 한가득 묵직하게 꿈틀거리고 팔딱거리고 배배꼰다. 작은 물고기는 얼마나 높이 점프를 하면서 튀는지 뛸 때마다 하얀 배가 반짝반짝 빛이 나고 한번 그물질 할 때마다 작은 물고기 한 대접 뱀처럼 꿈틀거리는 두툼한 미꾸라지 한 대접씩 나온다. 그물질을 할 때마다 소리치며 박수를 쳐댄다. 신나는 날이다. 할머니 손에 들린 구멍 난 주전자속에서는 올갱이가 가득하다. 주머니 속에 겨우 몇 개 남은 올갱이를 꺼내 주전자속에 쏟아 넣는다. 할머니가 잡은 올갱이는 하나같이 굵고 큼직한데 주머니 속에서 나오는 올갱이는 크기가 천차만별이다. 할아버지가 잡은 물고기는 양동이 반 넘게 찾다. 논에서 잡은 누런색과는 다르게 개울에서 잡은 미꾸라지는 검정빛이 많이 돈다.
검정색 미꾸라지를 보며 할아버지는 연신 싱글벙글하는 것이 오늘 저녁은 미꾸라지 매운탕이겠다. 그물을 둘둘 말아 어깨에 멘 할아버지의 젖은 고무신에서는 걸을 때마다 뿌적뿌적 물소리가 나고 할머니 손에 든 주전자에 구멍이 뚫였는지 실처럼 작은 물줄기가 분수처럼 곡선을 그리며 허공으로 떨어진다.
"할머니 올갱이로 뭐하는거야?”
“올갱로 된장국도 끓이고 된장찌개도 끓이지”
“그럼 난 뭐먹어?”
“올갱이 먹지 할머니가 올갱이 먹는 법 알려줄게”
"올갱이 먹는 법도 있어? "
" 그냥 나오는게 아니야 꽁지를 일일이 잘라내서 숨구멍을 만들어 줘야 나와 이따가 할머니가 만들어 줄게 하는 거 잘 봐"

개울가에서 놀 때는 신이 나서 이리저리 따라다니며 참견했는데 집에 오는 길은 몸이 축 쳐진다. 오자마자 할아버지는 커다란 다라에 미꾸라지를 쏟고 우리를 다라 가장자리에 가까이 모여 앉게 했다. 얌전하게 있는 미꾸라지를 바라보며 궁금해 하고 있는 순간 하얀 소금을 뿌리자마자 광풍이 불 듯 다라 속에서 바람이 휙 불며 빨라지는 미꾸라지의 몸놀림에 뒤로 엉덩방아를 찌며 넘어졌다.
“으악 할아버지 미꾸라지들이 왜 그래?”
“밑 물고기에 소금이 들어가서 그러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틀림없었다. 할아버지는 한손을 꿈틀거리는 미꾸라지 속에 넣고 휘 젖기 시작했다. 미꾸라지가‘꾸악꾸악’ 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금방 조용해진다. 그렇게 여러 번을 물로 헹궈 채에 걸러놓고 작은 송사리는 하나하나 배를 딴다. 송사리 녀석들은 배를 안 따면 써서 음식을 해도 먹을 수가 없다고 할아버지는 일일이 설명하며 송사리 배에서 나오는 녹색의 작은 주머니를 보여준다. 온 집안에 기분좋은 비린내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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