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강 Aug 11. 2023

시즌 2

마음이 건조하다

지난 10 개월 동안의 내 모습

문득 그림을 대하는 나의 자세를 돌아보게 됐다.  수도 없이 나가 떨어지는 모습은 영화에서 흔히 볼수있는 대왕깡패의 싸움에서 디지게 맞고 여기저기 내동댕이 쳐지면서도 일어나고 일어나서 다시 덤비는  병약한 빙신역활과  동일하다고 본다.  상당히 아프고 충격 또한  고스란히 느껴졌다.

축 쳐진 모습으로 의자에 기대여 성공인줄 알고 착각했던 그림을 바라본다. 몇일밤을 새어가며 그려본 작품이 비웃고 있다. 남들은 좋다고 하더라도 내눈에는 그건 내가 아닌 그저 흉내내기에 여념이 없는 쓰레기. 치졸하고 조악하며 가식적인 건모술수.

이쯤이면  지치고 지쳐 내가 나를 속이기 위해 거짓스러운 그림앞에서 성공한척 아첨하며 눈을 감아버리기도 한다. 지긋지긋했고 이대로 주저 앉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인스타를 열어 보기조차 두렵다.  멋진 그림을 연신 그려대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나는 쪼그라들어 비틀어질때로 비틀어진 귤이 되어버린 기분은 엿이다. 삐둘어진 마음은 옆사람을 괴롭히거나 땅굴을 파거나 공포심에 후들후들 떨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하던것은 작업실에 앉아서 정해진 시간을 채워가며 작업하는 일이다. 안되는 그림을 잡고 망친그림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결국에 완성을 해본다.

이유는 더 좋은 작품을 위한 흰트가 반드시 연결되어 있음을 암묵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어느작품은 많은 답을 알려주고 어느 작품은 정말이지 찔끔알려주고 어떤작품은 반대 방향으로 빙빙 돌게한다.

마음이 건조해진다. 결국에는 이렇게해서 포기하는거구나. 이런식으로 망하는거구나. 난 여기까지 였구나 생각하면 공포심에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크게 울린다. 울면 마음이 후련해질것 같아 억지로 쥐어짜보려 했지만 극한 공포심에서는 눈물 조차 나오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그림은 그리고 있는 나는 갈곳이 없다. 한시도 붓을 놓을수 없다.

10개월동안 그림으로 두들겨 맞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펑펑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