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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 Aug 11. 2023

시즌 2

가짜들

나가 떨어지는 것에 익숙해진다

망치고 망치고 망치고 이제 그림을 덮어버리는것이 일상이다.  

소리지르고 욕하고 발을 구른다. 나올듯말듯 사람을 가지고 논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가다듬어도 결국에는 제자리를 빙빙돈다.

몇일동안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며 찾아 냈다고 좋아서 춤을 추고 축배를 들고 지랄 발광을 했지만 결국에는 쓰레기를 만들고 만다. 보기좋게 그림으로 싸대기를 맞는다. 정신이 드니?

다시는 그림을 안그린다.  아니 몇일만이라도 그림을 안그린다고 다짐다짐하며 뒤돌아서지만

제시간이 되면 그림앞에 앉아 붓을 쳐들고 있다. 갈곳은 여기 뿐이고 그림이 아니면 앉거나 기댈 곳이 없다.  다리가 아프다.

오늘은 진짜를 그릴것만 같았다. 이정도로 가지고 놀았으면 이제는 줄만도 했지만 착각이었다. 나는 부족하다못해 지금까지 온것도 우연히 얻어걸린 운빨이었나보다.

아무나 골라잡고 하소연을 하든 제발 위로를 받든 하고 싶은데  그들은 등을지고 있다. 아니 내가 등을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업실에는 무수히도 많은 그림자들이 말라비틀어져 걸려있다. 저것들은 나를 흉내내던 가짜들이다. 나를 그린다는 것이 나보다 멋져보이는것, 나보다 많아보이는것, 나보다 고급스러운것에 현옥되어 흉내내기만을 급급한것들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나는 나를 그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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