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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 Aug 12. 2023

시즌 2

장때비

장때비가 네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3시까지 그림을 망치고 처참한 운전을 하며 집근처에 선다.

시원한 빗줄기는 차를 때려부숴버리고 싶어 지랄을 한다.

그래 잘한다잘해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바람까지 미친새끼처럼 부는데 우산이고 나발이고 맞는다 맞아. 기분도 엿이고. 그림도 망쳐서 낙동강 오리알인데 뭔 사치로 우산까지 쓰냐.

차문을 열자마자 손등으로 무릎으로 무게감 있는 빗방울. 검은 하늘로 얼굴을 향한다. 때려바 어디 한번 때려눕혀바 말이 떨어지자 마자.  비줄기가  정수리를 가격한다.

시원하게 비를 맞으면 영감이라는 것이 번득이려나. 벼락이라도 맞으면 천재로 돌변해 그림이 술술슬 그려지려나. 뭐라도 해주려나. 제발 보상이라도 해줘라.

미친 눈을 뜰수가 없다 정수리를 타고 흐르는 빗줄기뿐 아니라 사방에서 흩뿌리는 비가 눈만을 향하고 있다.  나의 약점을 찾아 공략하고 있다. 배신감!!

보상이고 나발이고 눈을 깔라는 하늘의 뜻인가보다. 몇분만에 빤스까지 젖어온다.  

이렇게 맞았으면 영감이 와서 내일이면 그림이 그려지겟지.  내일은 반드시 뭔가가 있겠지. 제발.

난 이렇게 사라질 사람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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