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피아노

by 이강

피아노

정말이지 가끔 주책맞게 피아노를 치면서 눈물을 흘린다. 처음에는 눈물인지 뭔지 모르다가 턱까지 흘렀을때 쯤 눈치챈다. 눈치를 채고나면 눈물에 집중해서인지 감정의 몰입 때문인지 갑자기 폭포처럼 많은양의 눈물이흘어나오는데 그 눈물방울이 평소에 흐르는 방울과는 다르게 굵고 크다. 아마 두꺼운 눈물은 감동의 순간 한방에 쏟아지는 듯하다.

뭐 자주 있는 일이라서 놀랄것은 없지만 한바탕 흘리고 나면 오히려 세수하기도 귀찬고 그렇다고 안하면 얼굴이 땡겨 건조할테고 이런 잔잔바리 걱정만 할뿐 언제 그랬냐는듯이 하던일을 계속한다.

피아노는 초딩 1학년때 엄마의 꿈을 위해서 고딩3학년가지 무려 13년간 레슨을 받았다. 반강제로 근면하게 이학원 저학원을 옮겨다니며 비가오나 눈이오나 다녔으니 그때 나의 근면성실을 장착했음에 틀림없다.

인생이 계획되로만 되는것이 아니듯이 나에게도 반전이왔다.

하필 고3중반쯤 피아노병이 들었다.

피아노는 아니다. 귀신들린사람처럼 피아노앞에 앉으면 구역질이 났다. 손목에 힘이들어가고 가슴이 답답해져오는것이 피아노소리만 들어도 귀를 막고싶었다. 엄마에게 디지게 쳐맞고 욕바가지 먹고 때려쳤다.

그런 피아노가 지금은 힘든순간에 나를 위로해주는 힘이되고 어려운곡을 연주하거나 좋아하는 곡을 하나씩 익혀가며 나에게 맞게 해석하고 나면 삶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느끼지 못하는 색다른 감성을주는 피아노.

초딩때 엄마가 사준 검정색 영창피아노를 아직도 작업실에 가지고 다닌다. 이 피아노는 내 삶에 중요한 장소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을것이며 아끼는 물건중에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그 당시 삶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던 피아노,

피아노만 아니면 뭐든 할수 있을것만 같았던 저주받을 피아노가 지금은 소중한것이 되어 버렸으니 인생은 나쁜것이 나쁜것이 아닐수도 있다는 묘수를 발견하게 된다. 즉시 발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고나서 크게 빛을 내는것이 반드시 있다면 나는 왠만한 좌절이 반전이 될수도 있다는 기대를 반드시 하게 된다. 이런 묘수가 삶에 알알이 박혀있으니 그걸 알아차리는 사람은 후를 도모하는데 초조함이 덜할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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