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내 그림에 대해서 말로 설명하기가 쉬운일은 아니다
많이 묻는 질문이
(나의 그림은 어떤것을 표현한것이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이냐?)
이런 물음이 나오면 머리속이 하애진다.
나의 대답은 구어체로 일상적인 용어를 사용해 수다를 떨듯 말하고 싶은데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작가의 입에서 근사한 말을 나오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갖는 작가의 신비로움은 익히 피카소나 고호가 정해버려서 뭔가 부흥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하다.
난 고작 오방색의 회상이다.
화려한 색감에 매료되어 길을 가다가도 색이 많다 싶으면 자동으로 발길을 멈춘다.
누가 나보다 멋진색을 이렇게 배합한것일까? 어떤 배합이 이렇게 예쁜거야 하며 유심히 보게된다.
여러가지 색의 조합에 환장을 하는 이유를 찾아 올라올라 가보면 어린시절 할머니 골방이 나온다.
골방 구석에 자리잡은 오방색 이불. 천정까지 높이 쌓여진 이불의 화려함은 무채색이던 시골에 유일한 화려함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이불그림은 나의 시그니처가되어 이불에서 배게 배게에서 밥상으로 발전하면서 18년을 이어왔다. 이렇게 시즌1을 마무리하고 자개장으로 다가간다.
현재는 자개를 이용한 표현으로 옷장문을 열었다.
이불장에서 옷장으로 넘어가긴 했으나 옷장 문을 열었다고 옷만 생각나는것은 아니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어찌 옷만보면 옷만 생각할수있을까?
옷을 보면
그 옷을 입었을 당시의 표정과 날씨, 같이 있던 사람이나 손에 든 물건들, 그날 있었던 에피소드까지 할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아빠의 양복은 공무원이던 공무원같은 묵묵함이 보이고
작업복에서는 손에 든 연장들이 떠오르며 연장으로 만든 토끼, 호로새,칠면조 집이 떠오른다.
아빠의 늘어진 면티는 쇼파에 앉아 돋보기를 끼고 보던 책이 떠오르고 쓸대없이 사다 모은 사전들이 생각나며 엄마의 잔소리가 생각나 웃음보가 떠진다.
그렇다.
옷장속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는가!
나의 그림은 어느 방향을 정해놓고 그려지는 것이 아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다음 그림이 이야기 처럼 떠올라 그려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