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한 년

by 이강

또 오는 거야?

어젯밤에 괜찮을 줄 알았는데

왠지 좋은 느낌이었거든

기대하고 집에 왔는데

완전 속았잖아


후드득후드득

새벽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빗줄기


보름 전에 산 원피스는?

거기에 마춰산 스트랩 샌들은?

거기에 마춰산 라탄 백은?

언제 걸쳐?


올여름은

덥지 않아 다행인가?

좋다고 생각해야 하나? 나쁘다고 생각해야 하나?

그래도 태양이 보고 싶긴 한데

너무 안 보니까 보고 싶잖아


이러다가 여름다가면

내년까지 기다리는 거잖아

작열한 태양의 맛

지글지글 쩔쩔 끊는 더위

"드럽게 덥네, 징그러 징그러, 타 죽겠다 타 죽어"

찬물로 쫙쫙 샤워하고

이런 거 하고 싶긴 해


막상 숨 막히는 더위가 오면

오늘 같이 비 오는 날이 그립겠지


간사한 년이네



#이강 #이강작가 #시 #감성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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