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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레이드 걸 Feb 13. 2021

연휴의 끝.

모든 직장인이 타임루프를 꿈꾸는 그 순간

그토록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렸설 연휴도 이제 겨우 이틀이 남았다.

엄밀히 따지자면 오늘은 주말이고 휴일이기에 사실상 연휴는 금요일로 끝난 셈이다.


게다가 오늘은 모처럼 바깥 볼일이 있어 외출을 해야 하는 관계로 오롯이 집에서 쉴 수 있는 날은 고작 일요일 딱 하루뿐이다.


예전 같으면 마지막 날의 아쉬움을 달래려 책과 노트북과 연필, 연습장을 바리바리 에코백에 담아서는 집 근처 단골 카페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 책을 읽든, 의미 없이 자판을 두드리든, 연필로 무언가를 끄적거리든 하며 시간을 보낼 텐데 내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영 내키지가 않았다.


연휴에 쏟아지는 특선영화 리스트에도 불구하고 나는 굳이 2천 원짜리 유료 영화 VOD를 결제했다.

평소 무지막지하게 보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어떤 영화일까 정도로 궁금했던 사토 타케루와 아야노 고 주연의 <아인>이었다.


주인공들은 불사의 몸을 가진, 상처가 저절로 낫진 않지만 사망하면 다시 세포가 재생해 살아나는 신비한 리셋 능력의  초인으로, 그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바로 '아인'이다.


얼핏 울버린이나 데드풀이 떠오르지만 죽지 않아도 바로 재생되는 힐링 팩터와는 다른,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케이지 같은 케이스다.

그러나 케이지의 경우, 죽으면 시간까지 리셋되는 점이 차이랄까.


1993년 빌 머레이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은 내게 타임루프의 개념을 알려준 첫 번째 영화다. 주인공은 갇힌 시간 속에서 이런저런 일을 저지르다가 내일이 오지 않는 절망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그러나 사망한 다음날에도 여전히 아침이면 셰어의 노래를 들으며 깨어나고 마침내 그 악몽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를 몸소 실천하면서 정말 빡빡한 루틴을 실행하는데 매일 꾸준히 피아노 레슨을 받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이곳저곳을 쏘다닌다.


그동안 그를 속물이라고 생각해 경멸해왔던 동료-앤디 맥도웰의 진심을 얻고 드디어 그 지긋지긋한 시간의 블랙홀에서 탈출하게 되면서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어째서? 영원히 계속되는 하루가 있는데 왜 탈출해야 되는 거지?

얼마 전 다시 본 영화의 결말은 공포 그 자체였다.

어릴 적에는 시간이 흐르는 게 당연했고 나는 하루빨리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고 싶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의 나는 열네 살 먹은 강아지와 칠순을 훌쩍 넘긴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다.

시간이 이토록 빨리 가는 것임을 예전에는 왜 몰랐던 건가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너무나 빨리 흐르고 있어서 무서울 지경이다.


언젠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들과 이별하게 될 때 아마 나는 간절히 바랄 것이다.

불사의 몸 같은 것보다는 영원히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를 살고 싶다고.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의 마법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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