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2호선과 나의 소녀시대
얼마 전 지하철에서 무심코 노선도를 올려다본 적이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 성당 교리반 선생님 인솔 하에 서울 근교로 소풍을 가는 날이었다.
1992년 봄, 종로에 대형 서점이 새로 오픈했다는 신문 광고를 보고 학교가 일찍 끝난 토요일 오후, 무작정 그곳을 찾아갔던 중학생 시절의 기억 한편에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늘 따라다닌다.
고등학교 졸업을 반년 남짓 남겨둔 무렵, 역으로 세면 다섯 정거장 가량 떨어진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아침 첫 차를 타는 기분이 제법 그럴싸했기 때문이다.
대학에 진학하자 예비 노선도에 그려져 있던 5~8호선이 모조리 개통을 했다.
언젠가의 일이다.
나는 지하철을 처음 타는 사람처럼 플랫폼 내부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하철에서 멀미를 하던 꼬마에서 운전면허증 갱신을 두 번이나 할 정도의 어른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지하철에 타는 것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