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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레이드 걸 Dec 05. 2022

노동요와 소음, 그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그래서 나는 쉬기로 했다.

애초에 멀티태스킹이 잘 안 되는 인간이다.


특히 집중해서 무언가 할 때면 가뜩이나 잘 듣지 못하는 내 청력은 거의 제로에 수렴하기 때문에 제 아무리 아름다운 멜로디라 한들 귓가에서 웅웅 대는 모기나 파리의 존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노동요가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있다.

설거지를 한다든가,

샤워를 하거나,

드라이브 혹은 산책을 나갈 때-

노동을 하지 않을 때는 BGM이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조차 음악은 약간 거슬리는 존재가 된다.

친한 친구와 스터디 카페에 간 그런 느낌이다.

영 집중이 되지 않는다.

친구를 만나면 떠들고 놀고 웃고 흥분하고 그런 감정이 주를 이뤄야 하는데 굳이 얼굴을 맞대고 공부나 작업을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두 개의 천을 억지로 덧대는 것 같아서 껄끄럽다.


멀티가 안 되니 불편하겠다고?


뭐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 한 번에 하나씩몰두할 수 있다는 것은 요즘 같은 시대에는 거의 축복이나 다름없다.

출근길 소음과 섞여 흘려들었던 이어폰의 음악에 새삼스러운 감동 벅차오를 때.

버스에서 내려 오렌지와 보라색으로 뒤덮인 저녁놀을 바라보며 감탄할 때.

조금 우울한 하루를 보내던 중, 동료의 다정한 인사와 안부를 묻는 눈웃음, 따스한 악수 같은 것들로 울컥해질 때.


최근 주변에 힘든 일을 겪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마음이 힘든, 몸이 힘든, 생각이 힘든-

의외로 내가 제일 멀쩡한 축에 드는 건가? 싶었는데 역시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었다.

감기에 된통 걸리고 꼬박 일주일을 멍하니 흘려보냈다.

밤이면 앓았고 아침이면 출근 준비를 하러 비척거리며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차차 몸이 나아지자 우울감이 몰려왔다.

마음의 힘듦에서 비롯되는 슬픔과 아픔이 나를 쥐고 뒤흔들었다.

울어서 해결될 일이면 와앙! 울어버리면 그만이고, 웃어서 사라질 것 같으면 하하하! 웃고 말 일이다.

그렇지만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고통에서 나는 노동요를 찾아 품곤 했다.

여전히 멀티가 잘 안 되지만 가끔은 부러 딴생각을 하는 편이 나을 때가 있다.


고단한 한 주를 보냈고 잠시 후면 또 시작하게 될, 나와 나의 사람들에게 노동요를 선사하고 싶어지는 일요일의 밤이 점점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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