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이 온 어깨 때문에 도수치료를 받고 반쯤 감긴 눈을 해서는 근처 단골 카페에 들러 달달한 아이스라떼를 한 손에 쥐고 근린공원 산책로로 걸어가 한참을 벤치에 앉아 있다가 오기도 하고 비교적 인근에 사는 친구를 불러 맛집으로 소문난 쌈밥집에 가서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 경기도 외곽 특유의 널찍한 카페에서 수다로 부른 배를 꺼뜨린다.
어제는 자차로 20분 거리에 사는 친한 언니와 함께 화덕에 구운 생선구이 모둠 세트에 갓 지은 솥밥을 먹고 알록달록 단풍잎으로 곱게 물든 가을산을 바라보며 따끈한 밤라떼에 올해 첫 붕어빵도 곁들이는 호사를 누렸다.
매일 출퇴근만으로 하루에 세 시간 이상을 소비하다 보니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이동에 쓰는 시간이 점점 아깝다.
그도 그럴 것이 대충 꿰어 입고 부스스한 머리는 야구모자로 푹 눌러쓴 채 밖을 나서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서울 근교로 나들이 오는 사람들의 목적지가 발끝에 금세 닿는다.
이런 특권은 매일같이 서울로 향하는 나에 대한 보상일까 싶어 혼자 키득키득 웃기도 한다.
평화롭고, 느리고, 여유롭다.
이래서 다들 은퇴를 하고 휴양지에서 여생을 보내는 한가로운 삶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제 단풍은 금세 절정에서 끝물로 향할 텐데 일 년에 며칠 안 되는 이 좋은 시기를 모두가 만끽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