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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난다 Nov 24. 2017

케냐 커피

커피, 이야기가 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커피난다예요.”

“예, 안녕하세요.”

“저기, 요즘 케냐 생두가 많이 없네요? 지난달부터 주문하려고 자주 들어와 보는데 케냐만 입고가 안되더라고요.”

“아! 예. 그게 요즘 케냐 뉴 크롭(New Crop) 거래를 못하고 있어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올해 케냐 커피 생산량이 50%나 줄어서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합니다.”

“헉! 큰일이네. 그럼 당분간 케냐 생두가 안 들어온다는 거예요?”

“예, 일단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케냐 생두가 거의 소진되어 얼마 전부터 거래처 쇼핑몰에 들락날락했는데 한참 동안 원하는 품목이 입고가 안 되고 있었다. 중남미는 물론 이웃나라 에티오피아 커피는 품목 수도 많고 입고, 출고가 원활한데 유독 케냐만 다섯 품목 정도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남은 케냐 생두가 10kg 정도밖에 안되는데 고민이 된다. 실제 상황이라면 다른 거래처도 비슷한 양상일 것이다. 물론 2016년 수확한 커피(Past Crop, 패스트 크롭)는 판매 상황에 따라 재고가 충분하게 있을지 모르지만 아마도 2017년 뉴 크롭은 예전 가격으로 구매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아침 일찍 카페에 출근하자마자 열심히 뉴스를 검색해 보았다.


'강수량이 줄어 올해 커피 생산량이 니에리 지방에서만 1,480톤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


케냐 커피 생산량이 급감한 것은 가뭄 때문이었다. 지하수를 파도 물이 없어서 특히 커피 소작농들의 피해가 크다고 한다. 

예전에도 산지의 생두 수급 문제로 커피값이 오를 것이라는 뉴스가 가끔 있었지만 그다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는데 이번은 좀 다른 것 같다. 지방에 있는 작은 로스터리까지 생두 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카페 주인이 원산지 작황을 걱정해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한 것이다. 

로스터마다 다르겠지만 케냐 커피는 개인적으로 제일 난적이다. 최고의 향미를 얻기 위한 로스팅의 과정이 까다로운 대신 새로운 생두를 만날 때마다 느끼는 설렘은 크다. 


흔히 ‘세상의 모든 커피 맛이 다 있다.’라는 말로 케냐 커피를 표현한다. 생두의 종류나 로스팅 포인트마다 다르겠지만 과일과 같은 향긋한 신맛과 단맛, 묵직한 바디감과 기분 좋은 쓴맛, 긴 후미(Long Aftertaste) 등 좋은 커피가 갖추어야 할 요소를 두루 지니고 있는 것이 케냐 커피이다.  오타야 칭가 퀸(Othaya Chinga Queen)의 달달한 포도 향미, 키리마라(Kirimara)의 잘 익은 토마토 향기, 카라티나(Karatina)의 자몽의 신맛 등을 접하는 순간 그런 찬사가 아깝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케냐는 다른 커피 산지에 비교해서 국가차원의 산업 지원이 잘 되어 있는 나라다. 특히 정부 산하기관인 케냐커피이사회(CBK, Coffee Board of Kenya)에서 품종 개발, 경작실습, 기술지도 등 적극적인 커피산업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케냐 커피는 대부분 워시드 프로세싱(Washed Processing)으로 가공하는데 케냐 생두를 접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빛깔이 일정하고 결점두도 적다. 또한 로스팅 후에도 퀘이크(Quake)가 거의 없고 원두의 색이 균일하다. 


특징적인 것은 로스팅 후 쉘빈(Shell Bean)이 다른 지역의 원두에 비해 조금 많은 편인데 아마도 가공과정의 특수성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재배와 가공 과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케냐 커피는 다른 산지의 커피보다 생두의 평균 가격이 비싼 편이다.

카페에서 케냐 커피를 주문하는 손님은 크게 두 부류인데 둘의 감성은 극과 극이다. 많은 커피들 중에 무엇을 시킬까 고민하는 친구에게 ‘케냐AA가 제일 무난하니까 그냥 케냐AA 시켜!’라고 말하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커피를 경험한 끝에 커피의 종착역에서 케냐를 찾는 손님도 있다. 


예가체프의 달콤한 베리(Berry) 향, 브라질의 친근한 고소함, 만델링의 시골스러운 묵직함처럼 케냐 커피를 대표하는 향미를 콕 집어 말하기가 쉽지 않다.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 오히려 끌리는 것은 사랑이나 커피나 마찬가지다. 그게 케냐의 매력이다. 


케냐 커피의 향기에 젖어 한가롭게 글을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내년에 사용할 케냐 생두 매입가와 원두 판매가에 대한 고민이 앞선다. 다른 거래처에 문의해 보고 실제로 케냐 뉴 크롭의 수급이 어렵다면 아직 남아 있는 패스트 크롭이라도 확보해 놓아야 할 것 같다.


*퀘이크(Quake)

결점두의 하나로 로스팅 후에도 갈변화(Caramelize)가 일어나지 않는 노란색의 원두. 열매가 커피 성분을 충분히 함유하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




브런치에 글을 올린 후 다른 생두 업체 몇 군데에 문의를 해 본 결과 작황이 안 좋은 게 사실이네요.

업체에 따라 뉴 크롭을 입고한 곳도 있는데  생두 원가가 10~20% 올랐고 예년보다 1, 2개월 일찍 소진될 것 같다고 서둘러 구매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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