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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보로 Oct 24. 2021

공유오피스

로컬의 언어

사람에게는 관계가 필요하다. 사람을 뜻하는 ‘人’이란 한자를 보더라도 서로 의지하는 모습이다. 관계란 가족, 친구, 동료, 선후배 등과 같은 오프라인 관계뿐 아니라 현대에서는 온라인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로 형성된 관계까지 아우른다. 더욱 확장시키면 학교, 직장, 사회, 국가, 대륙, 지구, 태양계, 은하계(이건 좀 오바인가?)까지도 개인과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인간은 ‘관계’가 없이는 하루라도 살기가 어렵다. 물론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과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나 홀로 살 수 없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나 홀로 살 수 없다고? 난 1인 가구인데?” 1인 가구는 가구 구성원을 기준으로 한 분류일 뿐 세상과 단절하고 홀로 살아가는 세대를 뜻하지 않는다. 1인 가구라도 그 누구보다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일이 가능하다. 반대로 아무리 대가족의 일원이라도 얼마든지 타자와 단절될 수 있다.


공유경제는 이러한 ‘관계’를, 특히 ICT 기술에 접목하여 유무형의 재화를 서로 함께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일련의 경제 활동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 공유오피스 서비스 ‘위워크’ 그리고 차량 공유 ‘소카’ 등의 서비스가 있다. 최근에는 자전거를 공유하는 서울시 ‘따릉이’나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하버드대 로렌스 레식 교수가 공유경제란 말을 처음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공유경제는 21세기의 산물이 아니다. 공유오피스만 보더라도 20년 전에 랜선이 갖춰진 소호형 독립 사무실 임대 서비스가 존재했다. 지금과 근본적 차이가 없다. 쉐어하우스도 마찬가지다. 대학가 하숙집을 떠올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에어비앤비? 하드웨어는 기존의 펜션과 다름없다. 현재의 공유 서비스와 차이가 있다면 온라인 플랫폼 기반으로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인데 거꾸로 보면 이 점이 공유경제의 핵심 기반이기도 하다. 하지만 ‘협력적 소비’란 측면에서 보면 본질은 동일하다.


자본주의는 어느새 시민을 소비자로 만들어 놓았고 인간은 하루라도 소비를 하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즉 돈 없으면 삶의 영위가 어려워 진 것이다. 더욱 각박해진 경제 상황을 마주한 청년층에게 공유경제는 꽤 힙한 대안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협력적 소비’에 대해 레거시 산업계는 반감을 드러내놓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유하면 자신들의 매출이 떨어지니까. 그런데 과연 그럴까?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때문에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들까? 오늘날 자동차 판매량 감소는 공유경제 확산 보다는 인구감소와 사회경제적 원인에서 찾아야 한다. 오히려 공유경제의 진화를 예측하여 보다 나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쪽으로 머리를 모으는 편이 사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나을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거나 작업실이 필요한 경우에 공유오피스는 편리하고 유용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스타트업일 경우에 초기 창업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유오피스란 공간에서 마련해준 ‘관계’를 활용해 사업 컨설팅은 물론 채용 및 투자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도 하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나 1인 컴퍼니에게도 마찬가지다. 독방에서 홀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글을 쓰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 그렇다고 번듯한 개인 작업실을 갖춘 사람도 드물 것이다. 대부분은 스타벅스 한쪽 귀퉁이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을 텐데 스타벅스가 우편물까지 받아주지는 않기에 본격적 작업실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자 그럼 도시의 공유오피스를 로컬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 비용 측면에서 도시보다 더욱 저렴한 공유오피스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라밸을 중시하고 여행 같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젊은층의 라이프스타일과도 잘 맞는다. 게다가 이들은 이미 공유경제에 익숙한 세대다. 특히 로컬크리에이터를 준비하거나 로컬벤처를 구상하는 사람들에게 로컬의 공유오피스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강원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로컬기업 ‘더웨이브컴퍼니’의 강릉 ‘파도살롱’이 대표적이다. 로컬크리에이터는 물론 프리랜서나 디지털 노마드들이 강릉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면서 일을 하다보면 다양한 ‘관계’를 맺게 된다.


최근 행안부가 공모한 청년마을만들기 사업의 골자는 바로 코워킹 스페이스와 코리빙 스페이스 구축이다. 다시 말해 로컬에 청년들이 모여들기 위해서는 일하는 공간과 주거공간 구축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2019년에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된 후 서천군 한산면에 ‘커뮤니티 호텔H’를 만들었던 로컬벤처 자이엔트 역시 올해 하반기에 공유오피스 공간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공유오피스는 도시를 넘어 로컬에도 스며들고 있다.


일본 시코쿠 가미야마 마을이 공유오피스를 만들자 도시의 벤처회사들이 하나둘 위성사무실 개념으로 가미야마에 몰려든 사례는 로컬씬에서 유명해진 지 오래다. 이들이 모이자 공유 주거를 비롯해 카페와 식당 등이 생겨났고 인구감소로 쇠락의 길을 걷던 가미야마 마을이 활력을 되찾게 되었다.


공유경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ICT기술이 있다.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새삼 온라인을 통한 재택근무나 원격근무가 얼마든지 효용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원격근무는 뉴노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컬의 공유오피스가 도시와 차별하는 콘텐츠를 갖춘다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 밑바탕은 준비됐다. 로컬에는 청년마을이 존재하며 로컬 빵집과 카페, 식당 그리고 커뮤니티가 있지 않은가! 이제 이곳에서 즐겁게 일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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