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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보로 Oct 24. 2021

아파트 좋아하세요?

로컬단상

집이란 무엇일까? 인류 문명은 거주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곳이 동굴이든 움막이든 인간이 사회를 이루며 생존해 나가는 데 필요한 기반이었다. 특히 강가 주변의 비옥한 땅에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정주의 개념이 생겨났다. 정주는 땅의 사유화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집은 삶을 영위하는 최소 단위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인이 땅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한반도 역사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지리적 특성으로 지속된 외세 침입의 역사는 내 것을 지켜야한다는 유전자를 새긴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집 문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껏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얼마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3개 부문을 거머쥔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에서 주인공 펀(프란시스 맥도맨드)이 이런 말을 한다. “난 홈이 없는 게(홈리스) 아냐. 집이 없는 거지(하우스리스)” 의역하자면 안식처가 없는 게 아니라 정주할 곳이 없다는 뜻이 된다.


이곳저곳을 떠도는 노마드의 삶을 확대하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한국인 절반이 이에 해당한다. 해마다 치솟는 월세와 전세보증금에 거주자는 또 다른 장소를 찾아 떠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거주지를 기반으로 한 지역 커뮤니티는 물론 지역에 대한 애착도 생길 틈이 없다.


왜 이렇게 됐을까? 최하 빈국 수준을 벗어나 마침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자랑스러운 이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아파트 한 채라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가 불안한 사회를 과연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다른 선진국도 집값 비싸거든!” 맞다. 비싸다. 그런데 왜 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이스트 빌리지를 비교 대상으로 할까? “거기 말고도 비싼 데 많아!” 그래 맞다. 샌프란시스코도 장난 아니란 거 안다. 구글이니 애플이니 돈 많은 IT기업이 자리한 곳. 비교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현재 이 땅에서 벌어지는 부동산 가격 형성은 매우 기괴할 정도다. 물론 부자들 입장에서는 그리 와 닿지 않겠지만 말이다.


기적적으로 집값이 안정되더라도 또 하나 중요한 문제가 남는다. 그것은 바로 주거 평면이다. 인구소멸과 1인 가구 증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현재 아파트 평면 구조. 하긴 고려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 지어도 얼마든지 분양이 됐으니까 말이다. 지극히 공급자 중심의 평면구조라 할 수 있다. 더구나 내력벽 구조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평면을 바꿀 수도 없다. 어디든 똑같은 평면에서는 획일적 가치관이 자라날 수밖에 없다. 남과 다름을 틀렸다고 말하는 사고가 형성된 기반은 바로 획일적 평면이 아닐까 싶다.

또한 획일적 평면은 자본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대형 TV를 비롯해 냉장고 세탁기 등을 블록 맞추듯 소비자가 알아서 구입해주기 때문이다.


원하면 누구나 자신만의 집을 장만할 수 있는 나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평면구조를 선택할 수 있는 건축 문화 환경. 꿈만 같은 이야기지만 사실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다. 함께 땅을 사고 함께 집을 지으면 된다. 간단하다. 예컨대 서울형 공동체주택 프로그램은 8가구 이상이 모여 함께 땅을 사고 집을 지으면 전폭적 지원을 해준다. 꼭 땅을 사서 집을 짓지 않더라도 가능하다. 노후 다가구 또는 다세대 건물을 매입해 리노베이션 해도 지원해준다. 소유는 싫고 임대는 없나? 있다. 협동조합주택이나 사회적 주택을 이용하면 된다. 저는 서울에서 안 사는 대요? 서울에 안 살아도 가능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몰랐지? 당연히 잘 모른다. 아파트 분양으로 막대한 수익을 취해온 건설자본이 그리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저는 이웃이랑 함께 살기 싫은 대요? 이건 좀 곤란하다.(왜 그런지는 한번 궁리해 보시길)


변화는 기다린다고 오지 않는다. 변화는 만드는 것이다. 바로 지금 내가 변하면 된다. 우선 아파트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주거는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하는 것이다. 이제 남은 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를 찾으면 된다. 만국의 주택 게릴라들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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