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보고,書 <로컬로 턴> 우치다 타츠루
일본에서 일어나는 청년의 지방 이주 현상을 놓고 우치다 타츠루가 입을 열었다. 일본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기점으로 도시 청년의 지역 이주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책에서 우치다 타츠루는 청년의 지방 이주 현상을 자본주의 체제의 민낯을 본 청년의 망명 같은 행동이라고 진단한다. 아울러 그동안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 찼던 일본 지방 창생 정책을 놓고 지방 창생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특히 사상가로서 우치다는 일본의 정치·사회·역사의 궤적을 개괄하면서 소멸 위기의 지방이 되살아나기 위해 지금 일본 정부와 청년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통찰한다.
정상경제란 성장이 멈춘 ‘제로성장 경제’ 상태를 뜻한다. 우치다 타츠루는 책에서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의 종언을 언급하며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다. 인구증가와 생산기술의 진화 그리고 경제성장이다. 그러나 이미 일본은 인구증가가 사라졌고 또한 경제성장이 멈췄기 때문에 자본주의 체제 지속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경제 성장을 다시 올리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1991년 버블붕괴 이후 지금까지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을 지나며 성장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여건이 모두 사라졌다.
우치다 타츠루는 이것이 경제성장의 자연과정이라고 말하는데 지금의 자본주의는 성장을 위해 경제의 주체를 인간에서 인간이 아닌 것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화폐 경제가 그것이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 그 과정에서 고용 구조가 무너졌다. 한없이 노동력의 외주화가 가능한 체제에 들어선 것이다.
이처럼 삶의 리스크가 높아진 도시 직장인은 지방으로 이주해 새로운 생활 거점을 구축해보려 하는데 저자는 이런 현상을 놓고 ‘끝나가는 자본주의’를 직감한 행동이지 특별히 시골에 가면 ‘뭔가 멋진 일’이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더구나 혼자 살면서 임금노동을 하는 청년 일인 가구라면 더욱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혈연이나 지연으로 이뤄진 공동체가 없는 도시에서는 쌓아놓은 돈이 없다면 아프거나 실직했을 때, 한순간에 노숙자로 전락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도시 탈출 현상의 근본 원인을 진단한다. 따라서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치다 타츠루는 일본의 풍요로운 자연 환경을 자산으로 삼는 에도시대 정상(定常)경제 체제에서 해답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지역 이주를 선택한 사람에게는 도시에서 직장에 다닐 때 몸에 밴 성장모델을 지방 생활에 적용해서는 안 되며 일단 도시를 탈출했다면 일단 자본주의 상식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인다. 우치다가 말하는 ‘탈 도시’란 ‘탈 시장·탈 화폐’ 경제로의 전환이다. 다시 말해 ‘성장 모델’에서 ‘정상 모델’로의 전환.
한국의 행정안전부는 지난 2021년 전국의 인구 감소 지역 89곳을 지정하고 고시했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문제는 이제 우리에게 닥친 일이기도 하다. 이런 시점에서 우치다 타츠루의 《로컬로 턴》은 청년을 대상으로 펼치는 지역 이주 정책과 지방 재생 정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