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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보로 May 27. 2022

로컬이 희망이 되려면

뭐든지 보고,書 『제3의 창업 시대』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 선생은 『로컬로 턴!-저성장 시대를 건너는 법』을 펴내면서 일본의 청년들이 왜 도시를 떠나 로컬로 향하는지를 분석한 바 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청년의 탈도시는 시장원리가 점령한 일본 사회로부터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선택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에서 지금 우치다 타츠루 선생은 이른바 ‘후퇴(벗어남)’ 담론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다. 후퇴론이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자본주의의 한계로부터, 시장주의로부터, 지구 환경파괴로부터 그리고 도시 집중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는 주장이다.


한국도 인구감소와 지방소멸로 국가 위기가 거론되는 현실에서 정부는 청년의 지역 이주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행안부와 중기부를 주축으로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이나 로컬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지원했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성공만 있었던 건 아니다. 지역에서 분투하던 청년들은 예산이 소진되자 다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는 일이 반복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서도 타지 청년의 유입을 마냥 반겼던 것도 아니다. 물론 그런 와중에서도 지역 공동체와 협력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은 곳도 있고, 청년들과 지역 고유의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창업에 성공해 지역 경제 순환에 가능성을 증명한 곳도 있다.


서강대 SSK 지역재생연구팀 연구원이자 ‘더가능연구소’ 조희정 박사는 이처럼 한국 지방 곳곳에서 벌어지는 지역재생이나 청년창업 지원 움직임에 주목하고 도대체 한국 로컬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 분석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제3의 창업 시대』를 출간해 로컬, 청년, 사회란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로컬의 움직임을 개괄하고 로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은 현재 청년들이 지역에서 새롭게 벌이는 창업 붐을 제3의 창업 시대라 규정한다. 제1의 창업이 이른바 제조업 중심의 굴뚝산업이라면 제2의 창업은 IT산업 중심의 닷컴 비즈니스이다. 제3의 창업은 제1과 제2의 창업 유형이 복합된 매개형 복합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주로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형태로 지역과 공생을 모색하는 데 가치의 중심을 두고 있다. 이를 책에서는 “지역이라는 새로운 기회의 공간에서, 청년이라는 또 다른 주체가, 이익 추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가치 구현도 도모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제3의 창업 유형을 상품판매형, 공간재생형, 문화기획형, 지역체험형, 농업지향형, 문제해결형, 로컬미디어형 이렇게 일곱 가지로 분류하고 해당 형태의 구체적 사례를 들면서 문제점이나 가능성을 살펴본다.


이렇게 보면 제3의 창업시대란 결국 우치다 타츠루가 말하는 ‘후퇴론’의 다른 판본으로 보인다. 비슷한 고도성장을 거치며 성장 위주로 달려왔던 두 나라는 모두 경제 선진국의 신화를 썼지만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적극 받아들인 탓에 개인 간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나라는 돈이 많지만 개인은 가난한 사회.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은 고도성장의 청구서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청구서를 시민들에게 내밀고 있는 점이다. 특히 청년 세대에게.


과감히 청구서를 거부하고 경쟁으로부터의 ‘후퇴’, 부동산으로부터의 ‘후퇴’, 취업으로부터의 ‘후퇴’를 선택하면서 자신만의 인생을 ‘전진’하고자 하는 청년이 지금 로컬에 모이고 있는 것이다. 『제3의 창업 시대』를 통해 대한민국 로컬 지형도를 파악해 보시길 바란다. 반드시 청년이 아니더라도 삶의 전환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얻을 내용이 많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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