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보로 Aug 31. 2017

커피私傳

03_구름_CLOUD

커피를 재배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 기온, 강우량, 일조량을 비롯하여 해발고도와 토양 등 커피 생육에 필요한 환경이 우선되어야 한다. 보통 적도를 중심으로 북회귀선, 남회귀선 사이 지역이 이러한 조건에 충족하기에 커피 산지가 많이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커피벨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커피벨트 지역이라 해서 커피가 다 잘 자라는 건 아니다. 낮기온이 알맞다 하더라도 밤에 온도가 떨어져 서리라도 내리면 모든 걸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우량도 마찬가지다. 연 1,400mm~1,600mm 정도의 빗물이 필요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내린 비를 적절하게 머금다가 배출하는 토양의 존재 유무다. 물이 안 빠지면 식물은 썩기 때문이다.


또한 해발고도는 1,500m~2,000m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밤과 낮의 온도 차이로 커피 열매가 이완 수축을 하면서 조밀도와 당도가 높아지는 까닭이다. 여기에 중요한 조건 하나가 더 있다. 높은 고도에서 강렬한 태양을 쏘이면 식물이 타들어 갈 수 있다. 때문에 적절한 그늘이 필요하다. 그래서 커피나무 사이에 그늘을 만들어 주는 ‘음영수(shade tree)’를 심는다. 대개 바나나와 같은 이파리가 넓은 작물이다. 그런데 음영수 조차 필요 없는 산지가 있다. 햇빛이 충만하다가 이쯤 되면 됐는데, 싶은 순간에 저 하늘 어디서엔가 구름이 다가와 커다란 그늘을 선사하는 그야말로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 말이다. 이런 구름 부대를 클라우드 패턴(cloud patterns)이라 하는데 이런 환상의 산지는 그리 많진 않다.


커피 재배 조건에 다들 태양과 비 아니면 기온을 얘기하지만 사실은 이처럼 구름이라는 그늘이 필요하다는 걸 잘 모른다.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먹구름은 피하고 싶다 생각하지만 그게 뜻대로 될 리가 없다. 만약 우리네 삶이 빛나는 순간으로만 되어있다면 과연 행복할까. 삶의 그늘은 때론 아픔을 주지만 휴식과 돌아보기와 같은 성찰의 순간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인간은 그늘을 통과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세상의 이치는 이렇게 음양의 생극으로 되어있고 또 그 균형이 맞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커피와 우리는 다를 바가 없는 존재다.

작가의 이전글 뭐든지 보고,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