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변화가 생길지 이때는 몰랐다
1. 운명 같은 만남
나는 인생커피 두 잔으로 커피에 빠지게 되었다.
커피를 마신 지 15년이 지났지만, 그 맛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하나는 잘 숙성된 진한 와인 같은 케냐 더치커피였고,
다른 하나는 맑고 청아한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핸드드립 커피다.
2. 진한 와인 같았던 홍대 '카페 더 솔' 의 '케냐 더치커피(콜드브루)'
2008년 어느 여름으로 기억한다.
당시 대학원 생활에 찌들어 있던 나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연구하고 잠들곤 했다.
일어나면 달콤하거나 강렬한 커피가 생각났다.
당시에는 주로 스타벅스의 ‘카페모카 아이스에 휘핑크림 잔뜩’ 또는 ‘에스프레소 투샷’을 즐겨 마셨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홍대에 정말 맛있는 커피집이 있어” 라며 나를 데려갔다.
시끌벅적한 홍대가 아닌 한적한 주택가의 로스터리 카페, ‘카페 더 솔’이었다.(현재는 폐업)
그리고 지인이 추천해 준 '더치커피'를 주문했다.
잘 숙성된 와인 같은 풍미와 깔끔한 와인 같은 맛은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시럽과 우유를 섞는 비율에 따라 맛이 선명하게 변하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부드럽게 마시면 우유를 넣어서 아이스 카페 라테처럼 마셨고,
당분이 필요하면 시럽을 넣어 마셨는데, 이 또한 너무 맛있었다.
이후로 나는 이 더치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 더 솔을 자주 방문했다.
맛있어서 계속 먹고 싶었고 오래 머물다 보니 점차 스터디 공간처럼 사용하게 되었다.
석사 논문의 70% 이곳에서 작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장님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나중에는 사장님이 잠시 외출하면 내가 대신 카페를 지키기도 했다.
폐업하는 마지막 날까지 찾아가 마지막 한 잔의 더치커피를 마시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이 경험은 내가 '로스터리 카페' 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되었다.
3. 경남 사천 '커피집 다락' - 맑고 청아했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수도권에서 생활하던 나는 취업으로 진주/사천 지역으로 이동하게 됐다. 지방으로 내려오며 바랬던 건 ‘카페 더 솔 같은 맛있는 커피집이 있었으면 좋겠다’였다.
그러나 한동안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인이 ‘내가 엄청 좋아할 만한 카페’ 같다며 경남 사천시 곤명면에 있는 ‘커피집 다락’(현재는 진주시 하대동 피베리 브라더스)을 알려줬다.
2012년 6월 12일. 커피집 다락에 도착하자 의구심부터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동떨어진 곳에 커피집을 할 생각을 했지?’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에스프레소 머신 자체가 없었다. 메뉴판에도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 같은 메뉴가 없었다. 오직 핸드드립 메뉴만 존재했다. 원두 이름 위주로 적혀있는 핸드드립 메뉴판은 마치 암호 같았다.
그날 선택한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한 잔에 12,000원이었는데, 당시 물가를 생각하면 고가의 커피였다.
커피 맛을 모르던 시절이지만 무언가에 끌린 듯 주문했다.
맑고 청아한 느낌, 설탕 같은 인공적인 단맛이 아닌 원두 고유의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신맛의 조화가 부드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마치 고생하며 등산 후 산 정상에서 마시는 맑은 물처럼 청량하고 깨끗했다.
케냐 더치커피가 와인 같았다면, 이 커피는 맑고 또 투명했다.
블루마운틴 핸드드립 커피는 이렇게 내 인생 커피가 되었다.
지금까지 많은 커피를 마셔봤지만, 그날의 맛은 다시 만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이후 ‘커 피집 다락’의 핸드드립 커피가 좋아서 주말이면 찾아가 나만의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사장님이 돈도 받지 않고 핸드드립 커피를 주시기도 했다.
나는 감사하며 넙죽 받아 마셨다.
모든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발길을 끊을 수 없었다.
이런 날들이 쌓이자, 서로 익숙해졌고 인사할 때 톤이 달라졌다.
이렇게 나는 단골손님이 됐다.
이 커피 한잔으로 내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전혀 계획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채...
어떤 일에 관심이 생긴다면 작게라도 시도해 보자.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나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만날지도 모른다.
커피집 다락은 없지만 사장님은
진주 하대동 피베리브라더스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커피 사부님 카페)
개성이 뚜렷하고 맑고 깔끔한 여운의 핸드드립을 추구한다.
(KBS,MBC,SBS 등 방영되는 등 진주에서는 꽤나 유명한 로스터리 카페!)
홈페이지: http://sootcoffe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