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수망을 흔들며 가스불로 생두 볶으며 알게 된 것.
1. '커피집 다락'의 핸드드립 방식을 통해 커피의 섬세한 맛을 느꼈던 나는,
이번에는 '로스팅'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기본적인 수업은 사부님 카페에서 진행되었고,
집에서는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시간을 내어 원두를 볶았다.
생두를 넣은 수망을 가스불 위에서 열심히 좌우로 흔들었다.
처음에는 수망을 흔드는 것조차 힘들었다.
팔과 손목이 아픈 와중에도 향을 놓치지 않으려 해야 했다.
연습을 거듭하며 점차 팔과 손목을 쓰는 방법이 자연스러워졌다.
※ 참고: 사부님 숯불 로스팅하는 영상
- 수망으로 생두 볶는 건 이렇게 흔든다.
2. 로스팅을 하며 같은 생두라도 볶는 방식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지 직접 경험했다.
스테이크에 레어, 미디엄, 웰던이 있는 것처럼,
원두도 크게 약볶음, 중볶음, 강볶음이 있다.
더 세부적으로 약중, 중강의 중간지점도 있었다.
같은 생두라도 로스팅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탄생하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3. 로스팅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 생두가 불에 직접 닿는 '직화' 방식 (직화로 '불향'을 입히는 게 아니다.)
2) 생두가 불에 직접 닿지 않고 뜨거운 열로 볶는 열풍식
나는 '직화' 방식을 배웠다. 도구는 '수망'이었다.
※참고: 수망정보 - 유니온 수망 L
https://www.caffemuseo.co.kr/goods/goods_view.php?goodsNo=1891
직화 방식은 불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불이 생두와 직접 만나기 때문에 섬세한 조작이 필요하다.
하지만 직화로 골고루 열을 잘 먹이면 원두의 개성이 뚜렷하게 살아난다.
4. 로스팅을 하며 생두가 원두로 변하며 내는 다양한 향을 경험했다.
비릿한 향으로 시작해 신향, 단향, 쓴 향으로 변화하고 마지막에는 탄향까지 이어진다.
각 단계에서 느껴지는 이런 향은 생두의 개성에 따라 미묘하게 다르다.
이런 시간이 쌓이자 원두의 향을 더 미세하게 감지하게 되었다.
5. 로스팅을 배우고 나니 자연스럽게 생두에도 관심이 확장됐다.
연습을 위해 다양한 생두를 직접 구매해 볶기 시작했다.
GSC, 레햄 코리아, 알마씨에로 같은 곳에서 1~2kg 단위로 소분된 생두를 구매해 여러 종류를 시도했다.
이렇게 되자 원두를 살 필요가 없어졌다.
6. 생두는 이기적이다.
열을 자기만 흡수하고 주변과 나누지 않는다.
그래서 수망을 계속 흔들어 각각의 생두가 열을 골고루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
다 볶고 나면 향이 참 좋다. 마치 갓 구운 빵처럼 말이다.
이렇게 볶은 원두는 바로 추출하지 않는다.
1) 볶음 수준에 따라 8시간~1일 정도 가스를 빼야 하고,
2) 고유의 맛이 발현되는 2~3일간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갓 볶은 원두가 신선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맛의 관점에서는 숙성된 원두의 맛은 2~3일 후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7. 커피는 와인과 매우 비슷하다.
생산지 국가마다, 농장마다 특징이 다르다.
같은 농장이라도 매년 수확 환경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이것이 2012년 6월 12일에 마신 내 인생커피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맛을 다시 재현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8. 끝으로...
나는 직화 수망으로 배웠지만, 접근하기 쉬운 가정용 로스팅 기계들이 있으니 참고하자.
다만 처음부터 너무 비싼 기계는 추천하지 않는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