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 마이소~!
1. 기분이 매우 다운되어 무미건조 한날
나는 내 아지트 커피집 다락을 찾았다.
들어가서 앉아 사장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나 : "사장님 기분이 무미건조해요. 뭐 좋은 커피 없을까요?"
사장님 :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걱정하지 마이소~, 혹시 마음이 허하신가요?"
나 : "허한거나 한건 아니지만, 그냥 무미건조해요"
사장님께서는 그게 뭔지 너무나 잘 안다는 듯,
너무나 쾌활하고 명랑하게 알겠다고 하셨다.
2. 10여분이 지나서 무언지 모를 커피를 내어 주셨다.
나보다 나중에 온 손님에게 커피를 내어준 뒤다.
그래도 괜찮다.
그만큼 내 것에 더 집중한 다는 거니까
그리고 나는 커피에 온 정성을 쏟는 사람인 걸 아니까.
그래서 이곳은 무엇을 시키든 마음이 편하다
3. 사장님 : "만델링입니다, 특별히 융으로 내렸으니 풍부할 겁니다."
내가 마신 오늘 만델링은 초반 신맛과 중간 뒷맛이 맛난 쓴맛에, 약간은 묵직한 커피다.
사장님은 특별히 나를 위해 융드립으로 내려줬다.
(융드립을 하게 되면, 종이필터를 낀 드립보단, 좀 더 부드럽고 바디감이 더 살아난다.)
4. 의아했다.
무미건조했기에 뭔가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신맛과 쓴맛이 나는 커피??
그는 평소 내가 좋아하는 커피가 풍부함이 좋은 커피란 걸 알고 있는데..
그가 선택한 커피는 만델링이다.
신맛, 쓴맛, 풍부함으로 내 무미건조함을 쿡쿡 찌르려 했던 것일까?
(참고로 나는 신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리송, 의아함.
물론 커피 맛 자체는 훌륭했으나
지금의 내 무미건조함과 내가 내심 바랐던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5. 커피를 다 마시고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마음은 뭔지 모를 아리송함과 무미건조함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1분.
2분..
3분...
4분....
5분.....
어라?
"방긋!" 하고 몸이 웃었다.
뇌가 알아차리기 전.
내 몸이 먼저 웃었다.
이날 이후 나는 종종 사장님께 이렇게 주문을 하곤 했다.
'기분이 신나는데 좀 차분해지고 싶어요'
'뭔가 설레는 느낌을 주는 기분을 갖고 싶어요'
라는 추상적인 주문들 말이다.
2012 년 10월 일기에서 발췌
커피집 다락은 없습니다.
'진주 피베리브라더스 '로 이전했으며 진주에서 이미 유명한 카페로 많은 이들의 놀이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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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글: https://brunch.co.kr/@coffeepd/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