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사고였다.
1. 늘 그렇듯 책 한 권과
한 달 동안 숙성시킨 더치커피를
보냉병에 담아 가방에 넣어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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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대참사가 일어났지.
뚜껑이 덜 닫혀있어서
더치커피가 흘러나왔고 가방을 적셨지.
그리고 당연히 책도 젖어버렸어.
"............!"
가방이 젖은 것보다 책이 젖은 게 내겐 더 큰 일이었어.
아.. 이걸 어쩌나..
냉장실에 넣어두면 책이 그나마 깔끔히 마른다는 이야기에
그렇게 했지.
마음이 편치 않았어.
책이 젖은 게 내내 마음이 걸렸거든.
2. 책이 말랐어.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어.
아직 다 읽지도.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책이라 더더욱.
3. 젖은 책 이틀간 말리고
책을 일읽으며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지
그래도 아직은 덜 말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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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어느 순간 책장을 넘길 때마다,
향기가 났어.
한 달간 숙성시킨. 내가 내린 더치의 향.
그래서일까?
커피가 남긴 그 흔적이
매우 이쁜 무늬를 남겨두었지.
- 내가 책과 커피를 더욱 좋아하게 된 이유 -
예전 일기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