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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사유 Jun 29. 2021

화성학적 공정

이구동성(異口同聲)의 공정(公正)을 보면서 / 동상이몽(動想異夢)

 생각을 움직여 다른 꿈을 꾸다, 동상이몽(動想異夢) 매거진은 저자 커피사유가 바라본 세상에 대한 시각을 담는 공간입니다.

 더 많은 생각들을 만나보고 싶으시다면,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해주세요.


 ... 요즘 들어 뉴스를 보다가 드는 생각들이 있다. 그것들을 모두 언어의 형태로도 표현은 해볼수야 있겠지만, 나는 사실 이 모든 생각들이 종국적으로는 같은 다음의 문장을 가리킨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무엇이 과연 공정한 것입니까."


 하지만 나에게 있어 이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문장의 구성 요소들의 결합으로써 연상되는 그 전체적인 맥락으로서의 의미가 아닌, 공정(公正)이라는 이 한 단어의 속성인 듯하다. 사실, 이 한 단어는 마땅히 합의된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내가 관찰하기로는 사람들은 이 단어에 저마다의 서사를 부여하고는 그 서사가 사실 이 단어의 참된 의미라고 소리 높여 주장하곤 했다. 지금도 다른 것은 없어서, 공정의 의미는 아직 합의된 바는 없고 오직 저마다의 서사에 따른 개별적인 정의가 산재할 뿐이라, 혼란스러운 정국은 계속 지속되고 있는 것만 같다.


 사회에서 어떤 것의 분배에 관한 규칙은 명백히 오래된 사회의 계약에 따라, 그 구성원 모두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임에도 오늘날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 각각은 저마다의 서사를 외칠뿐이지 그 서사를 모두 탁상 위에 올려놓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할 시간은 잘 가지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대부분은 저마다의 서사를 외치기에도 바빠서 다른 이들의 서사는 과연 무엇인가 잠깐 들여다볼 시간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으며, 또한 그럴 생각도 없는 것만 같다.


 물론, 나도 현실이 어떤 것인지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기에 어려운 것은 안다. 게다가 아직 나는 모든 것을 다 경험해보지도 못하고 소리 높여 주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나 자신은 스스로가 보편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으며 더욱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적어도 출발점에 대해서는 할 말은 있다. 다른 사람의 서사를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오직 스스로의 서사만을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은, 결국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제각각의 소리를 동시에 질렀을 때 어떤 조화로운 화성(和聲)이 완성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당장의 급박함은 급격한 변화를 주장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으며, 물론 그 행위가 결코 무의미하지도 않고 오히려 중대한 논의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 행위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화성(和聲)은 각 단원들이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무엇이 과연 공정한 것입니까."


 질문을 던지자. 우리가 기대하는 '공정'이라는 단어가 공정(空情)이 아닌 공정(公正)으로서의 올바른 의미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그 공(公)의 의미에 맞게 모두가 질문을 던지고, 모두가 대답하되 다른 모든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 비로소 화성(和聲)학적인 공정(公正)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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