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 '배움'이란 무엇인가
사유(思惟) 매거진은 저자 커피사유가 일상 속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느낌과 생각들을 기반으로 작성한 에세이를 자체 선별하여 연재하는 공간입니다.
더 많은 생각들을 만나보고 싶으시다면,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필자가 중학교 은사님의 부탁으로 모교에서 발간하는 학교 신문에 졸업생 대표글로 기고하게 된 글이며, 따라서 중학교 재학생들을 독자로 상정하고 쓰였음을 서두에 알립니다.
여러분께 한 가지만 여쭈어보겠습니다. '배움'이란 무엇인가요?
질문이 너무 어렵나요? 이상한 질문이라고요? 대답하려고 하면 머리만 아플 뿐인 질문이라고요? 그래도 여쭈어보겠습니다. '배움'은 우리의 삶에 가장 가깝게 자리한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배운다'는 활동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아마 여러분 중 일부는 '배움'이란 지식을 받아들이는 과정, 과거의 기록들을 되풀이해서 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배움'과 가장 관련이 깊어 보이는 장소는 학교이고, 학교에서 하는 활동이란 교과서를 보고,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는 것이라고 요약해볼 수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여러분의 주변에서는 좋은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해서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배움이란 학생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역량이라는 말까지 들려오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러나 배움은 단순히 무언가를 받아들이거나 암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맥락에서 배움은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한 수단도 아니며, 성공적인 삶으로 향하는 필수 요건도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배움'은 그 정확한 의미와는 한참 거리가 있습니다. 사람은 어떻게 판단을 내리고 생각을 하는지 연구해온 사람들인 심리학자들은 배움이란 어떤 내용을 받아들이거나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심리학자들은 '경험을 통하여 한 생명체의 행동이나 생각에 변화가 일어날 때' 배움이 일어난다고 표현합니다. 배움은 우리가 세상을 대면하는 그 모든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인 것입니다.
배움의 방법은 교과서를 보거나, 수업을 듣거나, 문제집을 푸는 것으로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교실에서 선생님들께서 말씀해주시는 내용을 함께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배움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우리가 세상을 대면하고 느끼면서 스스로의 생각이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과정은 단순히 우리가 '공부'라고 부르는 과정 안에서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배움은 바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에 대하여 내가 모르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때, 매일 다니는 길에서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알아차리게 될 때, 알고리즘의 손에 이끌려서 새로운 인터넷 영상을 시청하고서 한참 유행을 타는 게임이나 문화에 눈을 뜨게 될 때. 이 같이 일상 속 수많은 순간들에서 우리는 새로운 정보와 자극을 경험하며, 그 속에서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켜나가고 있습니다.
유명한 심리학자 에릭슨(Erikson)은 발달이란 아동기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한 사람의 전 생애에 걸쳐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은 배움은 학창 시절이라는 특정 시기, 또는 학교나 학원이라는 특정 장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닌, 삶이라는 하나의 과정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임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모든 사람은 매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자신에게 가져다주는 정보들과 자극의 홍수 속에서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판단을 내립니다. 어쩌면 삶은 우리 자신이 수많은 세상의 측면을 경험을 통하여 마주하면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는 사실 '매 순간 배우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배움이란 무엇인가요? 이제 우리 모두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