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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라이터 Jan 30. 2020

절실함이 이룬 결실, 방현영 빈프로젝트 헤드 로스터

2020 WBC 한국 대표

자신의 일을 얼마나 사랑하나요? 그 일을 얼마나 오래 했나요? 인생에는 정답이 없듯이, 어떤 일이 자신과 맞는지, 그것을 어떻게 해야 지속 가능할지도 정답은 없죠. 자신만의 해답을 직접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방현영 로스터의 해답은 무엇일까요? 방현영 로스터는 ‘절실함’을 삶의 방향성으로 잡고,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해내는 끈기와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로 커피를 대합니다. 현재 빈프로젝트에서 헤드 로스터를 맡고 있는 그는 커피 업계에서 10년 경력을 쌓았고, 2020 KNBC(Korea National Barista Championship) 챔피언을 거머쥔 뒤, 2020 WBC(World Barista Championship)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일하는 원동력, KNBC 우승 소감, 커피 시장의 아쉬운 점 등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커피를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궁금해요.

체대 입시생, 연기 지망생을 거쳐, 카페에서 일하기 시작했었어요. 어느 날 손님께 라떼 아트를 만들어 드렸더니, 그분이 라떼 아트가 정말 예쁘다며 좋아하셨어요. 20분 넘게 한참 동안 행복해하며 칭찬해주셨어요.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만든 무엇이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처음 경험한 날이었어요. 뜻깊은 경험이었고 묘한 감정을 느꼈어요. 그때 커피 업계에서 진지하게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느덧 10년이 흘렀네요. 


Q. 한 분야에서 10년 경력을 쌓는 게 쉽지 않잖아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바리스타와 로스터가 되기 전에는 체육 선생님과 연기자를 꿈꿨어요. 하지만 둘 다 이루지 못했어요. 저보다 성적이 훨씬 낮았던 친구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체대에 들어갔고, 또 다른 친구는 하던 일을 다 내려놓고 연기 학교에 신입생으로 입학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 자신을 돌아봤어요. ‘앞으로 무언가에 도전한다면, 그들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뛰어들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그 후에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절실하게 해내겠다’라고 결심한 분야가 커피예요. 


사진 출처 : 방현영 로스터


Q. 2020 KNBC 챔피언이 된 소감이 궁금해요. 주위 반응은 어땠나요. 

어머니 세대 분들에게는 바리스타, 로스터라는 직업이 생소해서인지, 처음에는 어머니가 많이 걱정하셨어요. 그래도 제가 꾸준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렸고, 이제는 어머니가 저를 믿고 격려해주셔서 큰 힘을 얻고 있어요. 이번에 우승 소식을 어머니께 전하니까, ‘슬퍼할 일이 없어서 참 좋다’고 하셨어요. 


저는 저한테 수고했다고 자주 말해주지 않아요. 그 말을 쉽게 해주면, 스스로 만족하고 안주할 것 같거든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회 끝까지 집중했어요. 결과를 듣던 날, 눈물이 터져 나왔어요.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처음에는 실감이 안 났어요. 지금은 마음이 풍족하게 채워진 기분이랄까요. 자부심, 보람으로 가득 채워졌어요. 


Q. 2020 WBC를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WBC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리스타 대회잖아요. 각 나라의 국가 대표들이 참가할 정도로 권위 있는 세계 대회를 준비하려고 하니 막막했어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 헤매고 있을 때, 2019 WBC에서 우승을 한 모모스 커피의 전주연 바리스타님이 흔쾌히 저를 도와주겠다고 해주셨어요. 오랜 시간 동안 엄청 사소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알려주셨어요. 정말 감사드려요. 


나중에 다른 바리스타가 WBC를 준비할 때, 전주연 바리스타님의 도움을 받았듯이 제가 아는 정보와 경험을 얼마든지 공유하고 싶어요. 앞으로 한국의 바리스타들이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리고 2월부터는 WBC 대회장의 환경과 똑같이 만든 연습실에서 연습할 계획이에요. 


Q. WBC 이전에도 대회를 많이 나가셨고 좋은 성과도 얻으셨는데요. 방현영 로스터님에게 대회란 어떤 의미인가요?

보통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주로 활동하잖아요. 그래서 본인이 맞게 하고 있는지, 보완할 점은 없는지 확인받기가 쉽지 않아요. 대회를 통해서 그런 점을 검증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회를 준비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 스타일을 다시 정리하고, 전문가들에게 실력을 공식적으로 증명받는 거죠. 


저에게 있어서 대회란, 남들을 꺾겠다는 승부욕보다 저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 시켜 주는 수단이에요. 2020 KNBC 챔피언이 되고 2020 WBC에 참여할 기회를 얻고 나니, ‘내가 온 길이 틀린 길이 아니구나’라는 확신을 얻었어요. 그전에는 노력 자체에 대한 믿음은 있었지만,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불안했었거든요. 


사진 출처 : 방현영 로스터


Q. 커피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무엇이 중요한가요?

‘커핑이 커피의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에스프레소 추출 단계에서 커피를 드라마틱 하게 바꿀 순 없어요. 소고기로는 소고기 스테이크, 된장으로는 된장찌개를 만들 수밖에 없는 것처럼요. 커핑을 통해서 기본적인 것들을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물 온도, 에스프레소 무게 등 일정한 환경을 만들고 커핑을 하면서, 단순히 커피가 맛있고 어떤 향미를 내는지 등만 판단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점을 보완해야 커피 맛을 더 좋게 혹은 더 다양하게 만들지 수많은 경우 수를 스스로 고민해봐야 해요. 


Q. 현재 커피 시장에서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요즘 세계적으로 생두 시장이 발효에만 집중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느껴요. 떼루아와 시너지가 좋은 품종을 찾아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키운 다음에, 품종 수만큼 다양하고 떼루아처럼 여러 특색을 내는 게 스페셜티 커피잖아요. 그런데 발효 과정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원두의 본질적인 향까지 없애버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발효보다 나머지 과정에 더 집중한 콩을 선보이려고 해요. 제가 사용한 커피가 워시드 가공으로 만들어졌다고 소개됐지만, 아쿠아 펄퍼라는 기계로 펄프부터 점액질까지 다 제거한 생두예요. 발효란 점액질을 제거하기 위해 했던 가공 방식인데, 점액질이 없는 상태의 파치먼트는 그대로 건조해주면 되거든요. 그걸 파티오에 일주일간 건조한 뒤 생두로 만들었어요. 이 커피를 WBC에서 선보이면서 ‘스페셜티 커피 본질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합니다. 


사진 출처 : Unsplash


Q.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요?

바리스타와 로스터가 전문직인 점을 대중들에게 인지시키고 싶어요. 세계 대회를 통해 한국의 바리스타와 로스터의 우수한 실력을 증명하는 등 다 같이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스스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강해지고 동시에 대중들의 인식도 점점 변할 것이라고 믿어요. 


가까운 목표로는 WBC 챔피언이 되는 것인데요. 소중한 기회를 얻은 만큼, 그동안 제가 만들어온 커피 철학, 앞으로 선보이고 싶은 커피 스타일, 저만의 색깔을 충분히 담아서, WBC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제가 서른 살에 대회 본선에 처음 올라갔어요. 참석했던 첫 번째 대회에서는 그라인더를 잘 못 작동하는 바람에 실격했던 부끄러운 과거도 기억나요. 그동안 많이 좌절했고 외로운 날들이 이어졌었는데요. 커피업계에 종사하기로 결심했을 때, ‘밑바닥부터 절실하게 하자’는 다짐을 떠올리며 버텼어요. 챔피언을 꿈꾸고 있는 바리스타님들, 로스터님들, 겁먹지 말고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스스로와 주변 지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시연과 음료를 세계 무대에서 선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출처 : 커피 TV


글 : 남은선 기자 eunsun0323@coffeetv.org

영상, 인터뷰 : 옥순우 PD sunjang1987@coffeetv.org


방현영 로스터 영상 인터뷰 : https://youtu.be/o7N0CDH5B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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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BC와 WBC 관련 기사 http://coffeetv.co.kr/article/article?sca=know%20how&id=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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