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맛, 무심코

by 겨울해

아주 작은 벌레가 있길래 다른데로 가라고 무심하게 손가락으로 톡 쳤는데 아주 처참하게 뭉개졌다. 내 의도와 다르게 벌어진 살생에 순간 당황했다.


내겐 별 의미 없는 손짓이었지만 작은 생명에겐 모든 걸 끝장내버리고만 압이었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버린 벌레를 닦아내며(?) 미안하다를 연신 중얼 거렸다.


생각해보면 그 때도 무심코 했던 동작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별 뜻 없이 손을 휘저었다.


먼지였나, 벌레였나 기억도 안나는 것이 눈에 알짱거리길래 허공에 손을 휘저었는데 그게 그 친구가 보기에는 자기 말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나보다. 그것도 본인을 아주 하찮게 보면서 거만한 모양새로 손을 휙!


내 동작을 오해한 그 친구는 그 뒤로 나하고 은근하게 거리를 두며 소소하게 복수를 했다. 내가 뭔 말을 하면 일부러 화제를 전환한다거나 묘하게 비웃는다거나 그런 식이었던 것 같다.


속으로 쟨 또 왜 저러냐 했던 게 기억이 난다.


나중에 오해가 풀렸는지 안 풀렸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확실히 그 날 이후 관계가 틀어졌다.


당시에는 자존심을 세우며 그 아이의 속 좁음을 탓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아이 탓만은 아니었다.


나도 종종 오해를 사는 타입이었기 때문이다. 무심코, 정말 무심코 한 행동이었기에 나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종종 진심마저 왜곡되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왜일까 싶어 나름 분석을 해봤다.


1. 인상

미간에 주름이 잘 잡히는 인상에 무표정일 땐 꽤 차갑게 보임.


2. 목소리

반음 정도 살짝 낮은 목소리때문에 종종 영혼 없다는 피드백을 아직도 들음.


3. 기질

사회적 민감성이 높지 않은 나의 근본 기질의 영향. 나중에서야 엥? 난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한 말인데? 해봤자 이미 상황이 벌어진 뒤임.


4. 무심한 마음

오해가 생긴 다음엔 풀 생각조차 안하거나 상대방 잘못이라 생각함. 혹은 풀어가는 과정이 매우 서툴렀음. 내 마음에도 무심했으니 타인을 대하는 마음에도 서툴렀음.



이제는 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무리 악의가 없다할지라도 내가 내뱉은 언행에 대한 책임은 결국 나에게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게된 이 깨달음으로 나는 조금씩 변해갔다. 핸드폰 유심 갈아끼우듯 마음에 새로운 유심(有心)을 끼워 넣고 타인과 나를 유심(有心)히 보았다.


그러자 놓쳐버린 수많은 관계가 이제야 보였다. 또 떠나간 이들이 나에게 보여준 마음들이 보였다.


돌아 올 수 없는 관계들을 닦아내며 연신 미안하다를 중얼거렸다.




그 뒤로 작은 벌레를 날릴 때는 입김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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