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들을 찾다.
누군가 그랬다. 카페는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동의한다. 10시간 많게는 15시간동안 한 곳에 갇혀 있다보면 '살려줘. 내가 잘못했어.' 하는 곡소리가 절로 나온다.
물론 누가 떠민것도 아니고 제 발로 갇혀버린 죄수이기에 감히 누구를 탓할 순 없었다. 그럼에도 하루 하루 꿈도 희망도 없이 일하면서 시간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매일 아침, 눈 뜨는 게 설레고 일 분 일초 흘럭는 게 아까울 때가 언제였지?
단언컨데 여행. 여행이었다.
그러면 8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꼼짝없이 매여 있어야 하는 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해야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멍하니 카페 앞 풍경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풀이 어지럽게 흔들거렸다.
아, 같은 바람인데도 여행지에서 느낀 바람이랑 일상에서 느끼는 바람이 진짜 다르네. 내 마음 차이가 이렇게나 크구나. 뭐든 한 끗 차이네.
... 오?
순간, 이마를 쳤다. 묘수가 떠올랐다.
뭐야, 간단하잖아. 여행을 갈 수 없다면 내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끌고오면 되지.
아ㅏㅏㅏㅏㅏㅏ하.
곧바로 내 간접 여행의 모티브가 되어 줄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다시 읽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_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방문객]
이거다.
카페에 손님은 꾸준히 올 거고 나는 이 곳에 계속 머물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과거, 현재, 미래가 있는 길고 긴 여행, 그 자체였다. 그러면 내가 끌고 올 수 있는 여행은 딱 하나, 사람이었다.
카페에 오는 손님들을 여행객으로 맞이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인생은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또 다른 여행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잠시 들른 이 카페는 잠시 숨을 고르는 여행소가 되어 줄 것이다.
당장 카페 벽면에 [일상 속 작은 여행], [잠시 쉬다 가자] 라는 글귀를 붙여 놓았다.
나는 이 곳에서 기꺼이 바람을 흉내내보기로 했다. 자유로운 바람은 필경 여행에게서 설렘, 향수, 위로 등을 부드럽게 가져오고 가져 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때론 같은 여행객으로서 무언가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즉흥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다음날 바로 단골 여행객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