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기록] 8. 광고비,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광고는 어려워. 하지만 그보다 어려운 건 -

by 겨울해

매장에 전화벨이 울린다.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찍힌 걸 보고는 손님이 주차 관련 혹은 매장 내 자리가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인가 싶어서 서둘러 장갑을 벗는다. 반죽을 하느라 끼고 있던 라텍스 장갑은 잘 벗겨지지 않는다. 손님 기다리실라 낑낑대며 한 쪽 장갑을 털어내고 겨우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네~ xx 대표님 되십니까?"


장갑을 벗으려 노력했던 나의 노고가 이내 허무해진다. 이제 광고업체들은 개인 번호로 전화를 건다. 070으로 시작하면 대부분이 전화를 받지 않는 모양이다. 게다가 오픈 시간 전에 걸려온 전화의 주인이 손님이 아니라니 조금은 화가 난다. 아니, 인터넷에서 전화번호를 보고 연락하는 걸텐데 영업시간 확인을 안하는가?


세상에, 가게를 하기 전에는 광고업체에서 이렇게까지 전화가 많이 올 줄 몰랐다. 심지어 한 업체는 서로간의 소통이 안되었는지 하루에 세 통이나 걸어왔다.


"저희가 이번에 프로모션 진행 건으로 몇 몇 업체를 선정했는데 그 중에 대표님 업체가 평이 좋아서 연락드렸습니다."

"이 이벤트가 대표님 매장 매출 상승에 어떤식으로 기여하는지 실제로 효과를 본 업체들의 실례를 들어 방문해서 설명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내일 시간 괜찮으십니까?"

"대표님이 보시고 생각하실 수 있도록 제안서 먼저 보내드릴테니 대표님 개인 번호나 메일 주소 좀 알려주십시오."


그들의 문장 곳곳에는 자영업자를 구스리려는 심리가 잘 숨겨져 있다. 자고로 영업과 광고는 심리전 아닌가. 친절하고 확신에 찬 그들의 말을 듣다보면 장사가 힘들어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장님이라면 몇십에서 많게는 몇 백은 할 그 홍보 전화를 덥썩 물 수도 있겠다 싶다.


이 글을 완성하기 전에 먼저 밝힐 것은 광고 업체들을 욕하려고 쓰려는 글은 절대 아니다. 광고는 소비생활에 있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광고를 통해 제품의 여러 정보를 습득하여 선택할 수 있고 업주 입장에서도 자신의 제품이나 매장이 홍보를 함으로써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글은 원치않는 광고 전화를 하루에 한 번꼴로 받게 되는 카페사장의 입장에서 쓰는 글이므로 지극히 편파적임을 밝히고 시작한다.


정말로 나는 광고나 체험단을 쓸 마음이 하나도 없었다. 광고를 통해 운이 좋아 효과를 보게 되어 바빠진다면 사람을 써야 하는데 1인 운영 그 이상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며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수정하고 개선해 나가는 중이었는데 혼자 힘으론 부족할거라는 광고 업체들의 연락은 꾸준히 걸려왔다.


"사장님이 해시태그를 어떻게 쓰시는 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런식이면 상위 노출이 전혀 되지 않아요. 저희가 어떤 전략으로 광고를 올리고 더 많은 고객들에게 노출시키는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매장 전화기 너머 들리는 그들의 말투에서는 '우리는 사장님의 매장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도와드릴 수 있다.'가 느껴지는데 나는 그게 꽤나 불편했다. 인사도 안하고 지내는 사이였는데 갑자기 나타나 사실 내 머릿털 개수부터 발 사이즈까지 알고 있었다 하는 친구를 만난 기분이랄까. 그것도 꽤 뚜렷한 목적이 있음이 보이는 그런 친구?


뭐가됐든 그들 역시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할 뿐 아닌가. 그래서 처음에는 '괜찮습니다. 생각 없습니다.' 하며 사근사근 응대하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점점 잦아지는 전화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몇 몇 멘트들 때문에 내게서는 더 이상 친절 세포가 나오지 않았다.


"저희 리뷰어들이 쉬는 날 개인적으로 대표님 매장을 방문해서 이것 저것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체험단 업체로 등록하시면 어떨까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체험단을 통해서 다양한 고객님들께 대표님의 디저트를 더욱 보여드릴 수 있으실 거예요."


광고 업체 직원의 이 말을 듣는 순간, 스쳐지나가는 몇 몇의 얼굴들이 있었다. 홀을 방문하셨던 신규 손님들 중에 유독 호들갑을 떨며 너무 맛있다고 한 그 여성분들이었을까? 아니야, 근데 그들이 나눈 대화로 유추하건데 이 근처 학교 선생님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면 메뉴에 대해 섬세하게 이것 저것 물어봤던 남성분들이었을까?


만약 그들 중 진짜 리뷰어가 있었다면 한없는 칭찬에 진심으로 감동 받았던 내 모습이 뭐가 된단 말인가. 손님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디저트와 음료를 만들어야지 하고 순수하게 다짐하던 나의 진심이 돈 몇푼에 팔린 느낌이 들어 우스워졌다. 그래도, 만에 하나 진짜로 우연찮게 우리 가게에 들어왔고 우연찮게 디저트가 맛있었던 거였고 우연찮게 직업이 리뷰어일 뿐이라면...


"언제 방문하셨는데요?"


내가 되묻자 전화기 너머 xxx팀장이라 밝힌 팀장님은 '네?'라고 반문했다. 내가 다시 '그 분들이 언제 방문하셨대요?'라고 묻자 '지난주라고 하던데요?'라고 대답했다. 지난주라니 너무 포괄적이었기에 순간 '실제로는 방문을 안했는데 말로만 그러는 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고 이내 '체험단 할 생각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뒤, 신규 손님이 올 때마다 혹시 리뷰어인가...? 싶은 의심이 들어가길래 부던히 그 생각을 지우려 애썼다.


그런데 계속 광고 전화에 노출이 되어버린 나비효과일까, 이후 나는 광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무시할 수 없는 팩트는 광고나 체험단을 통해서 좋은 효과를 보신 사장님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광고 즉 마케팅은 이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필수 수단이다. 마냥 싫다, 부담된다고만 하지 말고 조금은 알아보자 싶어 광고업체들의 방식과 효과 등등 정보를 모아보았다.


그러던 중 때마침 걸려온 전화가 있었고 이전과 다르게 오픈 마인드를 가진 나는 조금은 호의적이게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맙소사. 평소에 내가 즐겨보던 먹방 유튜버의 광고 협찬 전화가 아닌가? 구독자수가 적을 때부터 종종 챙겨 보았던 먹방 유튜버였기에 귀가 더 쫑긋해졌다. 물론 이 유튜버가 직접 연락을 한 건 아니었고 이 유튜버와 계약을 맺고 광고를 관리하는 중간 업체의 전화였다.


"사장님께서는 매장에 애착이 누구보다도 있으실 거고 그래서 어느정도 위치까지 매장을 열심히 끌어올리셨을거잖아요. 그리고 그 이상을 뛰어넘기 위해서 여러모로 알아보시다가 분명히 한계를 느끼신 적 있으실거고요. 많은 사장님들이 이럴 때 어떻게 하실지 몰라서 가장 힘들어하시거든요. 그래서 제가 요즘 트렌드에 맞는 방법을 제안 드리려고 합니다. 인터넷 한 번 열어보시고 주소 란 다 지우시고 http://www.youtube.com. 쳐 보시겠어요? 그리고 검색란에 xx 영어로 xxxxx을 검색해 보세요."


나에게 연락을 해 온 그녀는 내가 '이 유튜버를 안다, 즐겨본다.'고까지 말했음에도 불구 나를 유튜브의 유자도 모르는 사람인 것 처럼 정말 세세하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상대방이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노련하게 말을 이어가는 그녀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마케팅을 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녀는 해당 유튜버의 특정 영상의 몇 분 몇 초를 나에게 시청하게 했다. 그리고는 영상에 나온 이 제품이 본인을 통해 계약하게 된 협찬 제품이며 이 영상을 몇십만명이 조회를 했으며 이후에 제품의 매출이 몇 배 이상으로 뛰어서 해당 사장님이 어떤 식으로 행복한 비명을 질렀는지까지를 약 20여분간 쉬지 않고 말을 했다.


나는 슬슬 이 사람의 태도에 아이러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진짜로 그녀의 멘트대로 어느정도 위치까지 끌어올린 매장에 전화를 건거라면 사장도 바쁘게 뛰고 있을텐데 본인이랑 이렇게 길게 통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풀 오토 매장이라면 말이 다르겠지만) 그러면 애초에 통화가 가능한지를 먼저 물어봐야 하지 않나? 무엇보다 내가 어떤 대답을 하든 그녀가 짜여진 멘트를 이어가는데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게 느껴져졌고 이 전화는 그야말로 그녀만의 완벽한 독백이었다.


"말씀중에 죄송한데요, 제가 지금 손님이 와계셔서 길게는 통화를 못하구요. 저도 이 유튜버 구독자로서 파워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서론이 너무 길어서요, 광고비가 얼마인지만 먼저 말씀해주시겠어요?"


나는 냉정하게 딱 잘라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녀가 아랫사람의 하극상을 들은 것 마냥 웃었다.


"호호호. 사장님, 제가 이렇게 길게 설명드리는 이유가 다 있어요~ 타 광고에 비해 가격이 조금 있는 편이라 보통 다 놀라시더라고요. 그래서 먼저 이 광고를 사장님이 하셨을 때 효과가 어떤식으로 작용이 되는지 이게 매출 상승에 어떤 식으로 기여되는지 처음부터 자세하게 드리는 거예요. 설명을 다 듣고 나시면 비용에 대한 부분이 납득이 되실거예요. 그렇지 않고 비용부터 들으시면 하나도 이해 안 가실 거예요. 영상에서 보신 그 제품 같은 경우는 광고효과가 얼마나 지속되었냐면요..."


나는 이제 그녀의 설명을 단호하게 제지할 필요가 있었다. 진짜로 손님이 들어왔기 때문이기도 했고 손님이 왔다는 사장의 말에도 본인의 말만 이어가려는 사람이 진행해주는 광고라면 다시 재고해 볼 필요도 있었다. 자, 정리하자면 그러니까, 그녀의 장황하게 길고 묘하게 유쾌하지 않은 저 당당한 태도의 말을 짧게 요약하자면, 광고비가 비싸다는 말이군. 몇 백 하려나?


원래라면 '안합니다.'하고 전화를 끊었겠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유튜버다보니 순간적으로 고민이 되었다. 결국 나는 다시 통화가 가능한 시간대를 이야기했고 그 때는 핵심에 대한 설명만 듣기로 했다.


그런데 해당 시간이 되어도 그녀에게선 전화가 오지 않았는데 조금 나중에 확인해보니 모르는 번호가 부재중으로 찍혀있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질 않았다. 곧 다른 일에 열중했다가 틈이나서 핸드폰을 확인하니 또 다시 부재중이 찍혀있었다. 무슨 이어질 수 없는 세기의 사랑도 아니고 계속된 엇갈림에 문자를 남겨놨는데 그녀에게서는 끝내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다른 업장을 잡은건지 아니면, 그녀에게 나는 아쉬운 카드는 아니었던 건지 혹은 본인의 말에 딴지를 거는 나의 태도에 그녀도 나처럼 기분이 상했던 건지 아무튼 이 전화를 기준으로 나는 이후에 무수히 많은 광고 관련 전화가 걸려오면 급격하게 냉정해진다.


영화로 치자면 이 장르는 '심리스릴러자연다큐멘터리' 같았다. 혼자 있는 매장. 끝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친절하지만 어딘가 건조한 목소리. 당장에 전화를 끊고 싶지만 생명줄이 저당잡혀 있는 듯한 마음으로 혹여나 도움이 될까 싶어서 듣고 있는 나. 끝없이 불신하는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온갖 수치와 화려한 자료를 계속해서 넘겨주는 업체들. 그들은 당장이라도 우리 매장에 뛰어 들어 올 늑대들같고 나는 작은 소리에도 온갖 신경을 곤두세운 고양이같다.


촘촘히 짜여진 이 정글 속에서 '도와주겠다.' '아니, 괜찮다.' 하며 팽팽하게 오고 가는 신경전들 끝에 여러마리의 늑대들은 고양이가 틈을 보이자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발톱을 세우며 하앍질을 해대던 고양이가 덩쿨안으로 냉큼 숨어 들어가자 그제서야 이 영화는 끝이 난다.


차가운 바람만이 남은 그 정글에는 늑대들이 고양이의 환심을 사려고 물어온 통통한 생선만이 흙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내 카톡과 메일에는 광고 업체의 수많은 자료들이 먹지 않은 생선더미처럼 읽히지 않은 채로 쌓여있다.

오늘도 걸려온 광고 업체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한 뒤 왠지 모를 씁쓸함이 감도는 침을 삼켰다. 그 맛을 헹구어 내기 위해서 얼음이 다 녹아 없어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꿀꺽 꿀꺽 들이켰다.

목구멍을 할퀴듯 지나가는 깊은 카페인에도 남아 있는 이 찝찝함이 궁금해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봤다. 그렇게 도달한 결론은,


아-


우리가 사고 파는 것의 본질. 그것은 사람의 마음이구나. 물건이든, 음식이든, 커피든, 돈이 되는 정보든 결국 그 안에 담겨져 있는 가치는 사람의 마음이였구나.


그들은 나의 마음을 사지 못했구나.


참 쉽지 않다. 대체 어떻게 해야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역지사지할 수 있는 능력, 공감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적절한 멘트를 칠 수 있는 능력 나아가 하늘이 허락한 타이밍까지 도와주면 얻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돈을 내고 광고 업체를 끼는 것이 아직 나에게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모양이다. 어쩌면 내가 전투적인 마인드로 장사를 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일단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광고는 필수였기에 먼저는 우리 가게를 찾아주시는 손님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얻어보기로 했다.


사람의 마음은 철옹성 같고 갈대와도 같았기에 먼저는 누구를 만나든 변하지 않을 운영 철학부터 세웠다.




1. 나에게 맛없으면 팔지 말자. 당당하게 팔 수 있어야 한다.

2. 디저트와 커피는 고단한 하루 가운데의 힐링임을 잊지 말자. 손님들의 힐링타임을 응원하자.

3. 언제나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되 내 마음이 즐거워야 진심이 나온다.



이 세 가지를 마음에 새기며 손님들을 반기고 부족한 부분은 피드백 받고 진심어리게 소통을 시작하니 그래도 꽤 돈독한 단골들이 많이 생겼다.


그래도 냉정하게 본다면 우리 가게는 광고성이 많이 부족하다. 사진찍는 기술도 좋지 않아서 타 가게에 비하면 광고력이 어린아이 수준이다. 나에게 전화를 한 광고 업체들의 전문성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돈 주고 써야 할 필요도 느낀다. 어쩌면 내가 먼저 그들의 문을 두드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시는 손님들에게 동네 작은 카페사장만이 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내 가게를 차근히 운영철칙에 맞춰 광고해 나가고 있다.


그렇게 얻은 사람의 마음은 돈 주고는 살 수 없는 값진 것이었고 너무나 귀했다.


남의 가게에서 일했을때는 그냥 매뉴얼대로 음료를 제조하고 적당히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드렸다. 어떻게 해야 사람의 마음을 얻어낼 수 있을까 라는 철학적인 고민은 하지 않았다. 카페를 직접 운영하며 얻는 깨달음과 경험들이 나의 인생을 훗날 멋지게 광고해줄 것이다.


(그나저나 제목이 드라마 가을동화의 명대사인것을 요즘엔 모르려나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