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과의 식사 자리에서 그 댁 아이의 수학 공부에 대해 듣게 되었다. 큰 수의 개념을 익히고 있다고 한다. 백만, 천만, 그리고 억! 의기양양한 어린아이가 자신이 떠올릴 수 있는 가장 큰 수를 말함다. 그보다 더 큰 수를 알면 말해보라 하는 아이에게, 나는 더하기 1을 한 숫자를 말해준다. 놀라워하면서, 또 실망하는 아이 얼굴이 그려진다.
이야기는 이어졌다. 1 더하기 5와 5 더하기 1이 같다는 말을 듣고 아이가 깜짝 놀라더라고 했다. 하나에 다섯을 더하려면 '둘, 셋, 넷, 다섯, 여섯'을 세야 하고, 다섯에다 하나를 더하려면 '여섯' 하나만 세면 된다. 둘은 난이도도 다르고, 무엇보다 다른 과정이다. 그런데도 답이 같다는 게 너무 놀랍다, 하는 아이의 사고방식이었다.
성인인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수의 체계가 머릿속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마치 '지구는 둥글다', '액체는 이런 느낌과 성질을 갖는다'와 같은 정도로, 소위 지식의 감각적 이해가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숫자라고 하면 자동으로 무한히 뻗은 수직선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이런 '지식의 체화'는 우선 편하고, 어떤 의미에서 바람직하지만, 아이의 순수한 놀라움은 앗아가 버린다. 어떤 방면의 지식에도 모두 해당하는 이야기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놀라움을 느낄 기회는 점점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