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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Jan 04. 2018

한국인이 암호화폐에 환장하는 진짜 이유

가즈아!!를 통해 바라본 한국사회 고찰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규모는 전 세계 1.9%에 불과하지만 비트코인 거래량은 21% 나 차지할 만큼, 한국인은 암호화폐에 환장한다. 주위에 암호화폐 매매를 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고, 단톡방의 주된 관심사는 암호화폐의 시세 등락 및 수익률 인증이다. 이때, 떼돈을 번 일부 승자들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회자되고, 이는 보통 사람들에게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솔깃한 희망을 심어준다. 


어떤 전문가들은 유독 한국이 암호화폐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북한 리스크 때문에 자산을 해외로 옮기고 싶은 수요와 더불어 박근혜 스캔들 이후 한국인이 정신적 위안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글쎄,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초긴장상태로 북한 미사일 사태를 지켜봐도 '#한강 날씨#대박#실화냐'같은 포스팅을 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한국인들이 과연 북한을 얼마나 위협요소로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박근혜 스캔들 이전에도 이미 한국인은 정신적 위안을 찾기 어려웠는데, 이는 수년 전부터 유행한 헬조선 신드롬이 방증한다. 


내 생각에 "가즈아!!!"를 외치는 한국의 암호화폐 광기의 배경에는 좀 더 근본적인 요인이 있는데 바로 1) 집단주의; 2) 무너진 계층 이동성; 3) 쉬운 매매 접근성이다. 우선, 집단주의는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우리" 때문에 체면치레 하고, 타인과 비교하며,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쓴다.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는 언어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예를 들어 "우리 남편"이라는 말은 개인주의가 강한 서구권에서는 뜨악할 표현이다. 

개인적으로 이 짤이 가장 좋다.

이러한 집단주의는 동조현상을 낳는데, 집단의 관성에 개인은 부화뇌동 () 하기 쉽다. 예를 들어, 누군가 롱 패딩을 사면 나도 사야 되고, 중국집에서 다들 짜장을 시키면 본인도 짜장을 시키는 식이다. 이러한 집단주의 하에, 주변에서 암호화폐로 쉽게 돈 벌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너도 나도 개미떼처럼 암호화폐에 뛰어든다. 암호화폐로 떼돈을 번 굉장히 예외적인 이야기가, 그렇지 못한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이 사람은 이렇게 돈 벌었는데, 나는 왜 바보같이 가만히 있던 거지? 나도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로, 무너진 계층 이동 사다리. 장기화되는 저성장 속,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봐야 집 한 채 사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체감한다. 과거와 같은 부동산 대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암호화폐는 새로운 투자처로서 각광받고 있다. 어떤 이들은 어쩌면 암호화폐가 "자신의 인생을 바꿀 만큼의 부"를 축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매매에 집중한다. 어차피 열심히 살아봐야 자신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없는 상태에서, 암호화폐의 등장은 이들에게 메시아일 수 있다. 투기의 유행 수준은 그 사회의 계층 이동성이 그만큼 경직돼있다는 것을 반증하는데, 계층 고착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은 암호화폐가 성행하기 좋은 환경이다.


마지막으로, 매매에 대한 쉬운 접근성. 한국은 알다시피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갖췄고, 스마트폰 보유율 또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스마트폰으로 24시간 어디서나 가상화폐 시세를 조회할 수 있고, 관련된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기는 식은 죽 먹기다. 또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 매매를 하면서, 유동성 또한 무척 높은 수준이라 코인을 현금화하기도 무척 쉽다. 


그렇다면 과연 암호화폐는 투기인가, 투자인가? 투기와 투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위험 수준, 정성적 분석 및 투자기간이다.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암호화폐는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깝다. 매매를 하는 사람들조차도 이것이 버블일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블이 터지기 전 하얀 크림을 맛보기 위해 이들은 매매를 멈추지 않는다. 물론 엄청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의 가격은 더 올라갈 수도 있고 누군가는 큰돈을 벌 수도 있다. 누가 알겠는가. 암호화폐가 종국에 주요 화폐로 인정받아 여전히 현재 가격이 극도로 저평가된 구간일지. 하지만 내가 염려되는 것은, 이런 돈놀이는 뇌에 악영향을 미쳐 결코 바람직한 경험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뇌에는 보상회로가 있고 이곳이 자극을 받으면 대상은 쾌락을 느낀다. 투기를 통해 돈을 번 사람은 짜릿한 쾌감이 뇌에 선명히 입력된다. 문제는 쾌감을 관장하는 뇌의 쾌락 중추는 같은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쾌감을 지속적으로 갈망하고, 대상은 쾌락을 줬던 행동을 (이를테면 마약, 술, 도박, 섹스, 게임, 쇼핑 그리고 가상화폐 매매 등) 반복할 유혹에 빠지기 무척 쉽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고 끊기 어렵다면, 이것이 바로 중독이다. 무서운 점은 이러한 중독의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중독의 대상이 자신이 중독되고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

중독자의 뇌에서 활성화 된 쾌락중추

한편, 중독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실험이 있다. 연구자들은 쥐에게 쾌락 중추를 자극하는 레버 A와 먹을 것이 나오는 레버 B를 제시했는데, 한 번 쾌락을 맛본 쥐는 미친 듯이 레버 A만 눌러대다 결국 죽고 말았다. 쥐를 사람으로, 레버 A를 마약, 술, 도박, 섹스, 게임, 쇼핑 혹은 암호화폐 매매로 치환하고 문장을 조금 변형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다음을 보자.


쥐는 쾌락을 위해 레버 A만을 눌러대다 결국 죽었다.
사람은 쾌락을 위해 마약을 하다 결국 구속됐다.
사람은 쾌락을 위해 술을 매일 마시다 간암으로 죽었다.
사람은 쾌락을 위해 도박에 빠져 전 재산을 잃었다.
사람은 쾌락을 위해 섹스에만 몰두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사람은 쾌락을 위해 게임에 중독돼 폐인이 됐다.
사람은 쾌락을 위해 쇼핑을 너무 많이 해서 빚쟁이가 됐다.
사람은 쾌락을 위해 암호화폐 매매를 무리하게 하다 폭락장에 손절하고 패가망신했다.


암호화폐 매매로 모두가 부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부디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남긴다. 매매에 중독된 사람은 돈을 벌기도, 따기도 하면서, 뇌의 보상회로는 점차 큰 쾌락을 갈망하고 매매의 주체로 하여금 더욱 대담해질 것을 주문할 것이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암호화폐 매매가, 재산을 크게 잃기 전까지 끝나지 않는 게임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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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비트코인 광기에 대한 동영상을 만들어봤습니다. 

아직 허술한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꾸준히 잡다한 지식교양 콘텐츠를 올릴 테니 구독해주세요 :)

https://www.youtube.com/watch?v=h-c8vbxn_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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