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이면 유용성이 높은 일을 하라 (당신의 절대가치#3)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물품이 됐습니다. 가끔씩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문득,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통화 및 문자 기능만 가능했던 조그마한 전화기가 이제는 쇼핑, 인터넷, 게임, 화상통화 등의 기능을 총망라하는 작은 컴퓨터라는 사실이 경이로울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스마트폰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를 주도한 것은 애플과 당시 애플을 이끌었던 고(故) 스티브잡스의 역할이 지대했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수많은 경쟁업체들이 난립하고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애플은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견고한 입지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거대한 IT기업인 애플의 제품 라인업을 보면 단순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이폰은 1년 주기로 출시되는 모델이며 애플 전체 매출의 60 프로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 매출도 대부분 아이패드, 맥북과 같은 단순한 제품 라인업들에 의해 구성됩니다. 여러분은 이런 애플이 비범한 창의력을 가지고 혁신을 만드는 기업인 동시에 타고난 장사꾼이란 것을 아시나요?
애플은 스마트폰 판매량 기준으로는 전체 시장 대비 20% 이하의 점유율에 불과하지만, 수익 기준으로는 9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합니다. 애플의 가장 큰 경쟁업체인 삼성, 화웨이 등이 스마트폰을 만들면서 이익을 내고 있기는 합니다만 애플과 비교 시 현저히 낮은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 업체들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 (샤오미, 엘지, 소니, HTC 등)은 대개 적자를 내거나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수준입니다. 이는 애플이 600달러 이상의 고가의 단일 제품을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참고로 애플의 평균 판매단가는 600불 이상으로 삼성전자의 200불가량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아이폰의 선호가 갈리겠지만, 가격만 놓고 본다면 아이폰은 가히 스마트폰계의 명품이라 할만합니다.
수량기준, 애플의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은 20% 이하에 불과 (출처: IDC)
하지만 수익 기준 애플의 점유율은 90% 이상으로 압도적 (출처: Canaccord Genuity, Statista)
이는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판매단가 덕분 (출처 미상)
즉, 애플은 수익을 증대하는 3가지 요소 – 가격, 수량, 비용 – 중, 가격에 맹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입니다. 여러 가지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품을 많이 파는 것보다는 하나의 제품을 팔더라도 고가의 제품에 집중하여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애플의 전략입니다. 비록 아이폰 성장 둔화를 타개하고자 2016년 상반기에 iPhone SE라는 비교적 싼 가격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긴 했지만 여전히 애플은 고가의 제품 위주입니다. 경쟁 업체 대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앱스토어 앞에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모습은 분명 이러한 애플의 프리미엄 가격 정책이 주요했음을 보여줍니다.
애플 스토어 앞에서 줄을 서고 있는 소비자들 (출처: Engadget)
애플 주가 차트 (출처: Yahoo Finance)
애플이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수하듯, 프리미엄 제품만을 고집하는 기업이 또 있습니다. 명품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에르메스라는 브랜드를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19세기에 설립된 에르메스는 원래 말의 안장 및 마구 용품을 판매하던 회사였으나 자동차의 등장과 함께 가방이나 지갑 같은 피혁제품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전환하여 현재는 프랑스 대표 명품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명 여배우의 이름을 딴 켈리백과 버킨백은 세계 각국의 유명인사들이 애용하는 제품이며 고가의 가격 덕택에 널리 알려져 일반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 제품입니다. 수많은 여성들의 로망인 에르메스의 핸드백의 가격은 최소 천 만원에서 많게는 수 십억까지 하니 가히 명품 중의 명품이라 할 만합니다.
미국 유명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사용해 유명해진 에르메스 켈리백 (출처: 나무 위키)
에르메스는 독특한 경영철학은 장인정신에 입각하여 최고의 제품만을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명품을 만든다고 착각하지 말아라. 우리는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는 장인이다’라는 에르메스의 경영진의 마인드는 얼마나 자사 제품에 자부심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일부 명품업체들이 원가절감을 위하여 중국을 비롯한 제 3국에 외주를 주어 제품을 생산하고 제품에 자사 로고를 달아 명품으로 둔갑시키는 것과는 달리, 에르메스는 철저히 대량생산을 지양하고 장인 주문 제작방식을 고수합니다. 한 명의 장인이 하나의 핸드백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죽 안감의 바느질부터 외부 장식까지 철저히 관여하며 완성된 제품에는 고유의 라벨이 붙습니다. 소비자들은 에르메스 핸드백을 구매한 후 수년이 지난 후에도 이 라벨을 통해 핸드백을 수선했던 장인에게 직접 수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제품의 품질만이 아니라 장인들의 선발 방식도 무척이나 엄격하여 프랑스 상공회의소 주관의 가죽 및 바느질 학교를 졸업하고 에르메스 자체 장인 테스트를 통과한 일부 사람들은 에르메스 튜터들에게 2년간 교육을 받은 후에 최소 수년간의 경험을 쌓아야만 핸드백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한 명의 장인이 하나의 핸드백을 만드는데 최소 18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프랑스의 주당 근무시간을 고려하면 대략 일주일에 한 명의 장인이 만들 수 있는 핸드백은 2개 꼴입니다. 따라서 에르메스 핸드백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 은대기 리스트에 본인의 이름을 올려야 하는데 상품을 수령하기까지 일반적으로 1-2년이 걸리며 이는 유명 스타나 저명한 사회인사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합니다. 이렇게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면 공급을 늘려 매출 및 수익을 증대하려는 유혹이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장인정신에 입각해 최고의 프리미엄을 판다는 경영철학이 오늘날 에르메스를 명품 중의 명품의 반열에 올려놓았을 것입니다.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는 버킨백의 인기 및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회사의 매출은 에르메스의 프리미엄 전략이 통하였음을 증명합니다.
에르메스 주가 차트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과 에르메스가 자사의 제품을 더 비싼 값에 팔아 수익을 냈던 것에 비춰보면, 사람도 기왕이면 자신에게 최대한의 유용성을 가지는 일, 즉 쓸모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국어사전은 유용성이란 개념을 소용에 닿고 이용할 만한 특성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쉽게 말하면 유용성은 쓸모가 있는 정도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같은 일이라도 그것이 가지는 유용성은 사람 마다 상이하게 마련입니다.
저는 가끔 대치동을 지나갈 때 꺼지지 않는 학원가의 불빛을 보면서 수험생들이 안쓰럽기도 하면서 그만큼 우리 사회가 미래에 대해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물론 고등교육을 받고 좋은 대학의 학위를 가지는 것이 불확실한 시대를 대비하는 안전한 투자이자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통용되는 높은 유용성을 가지는 일에는 틀림이 없지만 모든 이에게 통용되는 진리는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애플 창업주 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나요? 모두 대학을 중퇴한 “고졸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대학에서 배우는 전공 수업의 학점 및 졸업장이 유용한 것이었을까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는 대학이 유용하지 않다고 판단하였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가장 쓸모 있는 일에 집중하여 세계 최고의 IT기업을 일구어냈습니다. 또한, 고시 공부를 하는 학생에게 가장 쓸모가 있는 일은 공부일 것이지만, 제2의 메시를 꿈꾸는 축구 꿈나무에게는 사실 공부가 유용한 일은 아니지요. 오히려 이런 사람에게는 한 번이라도 더 공을 차면서 흘리는 땀이 미래의 성공의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공부가 다가 아니니 당장 현실을 벗어나서 자퇴를 하거나 창업을 하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다만 기왕 무슨 일을 할 거면,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가장 높은 유용성을 가지는 일에 집중하라는 말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무척 좋아하여 하루에 수 시간 이상은 게임에 몰두했었습니다. 학생의 본분이 학문을 갈고닦는 것이라지만 저는 당시 교과서보다는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서 배움을 찾았었습니다. 때로는 밥 먹는 것도 거르고 게임에 집중했으니 중독 수준이었지요. 물론 당시 게임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주된 방법이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니 별로 유용하지 않은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현재 게임을 하지 않을뿐더러 당시에 열심히 게임을 해서 얻은 것이라고는 나빠진 시력뿐이니까요.
혹시나 이 글을 읽는 게임업계 관계자 분들에게 집단 린치 당할까봐 노파심에 말씀드립니다. 저의 경우와는 달리 어떤 이들에게 게임은 큰 유용성을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태동된 E-Sports(Electronic Sports, 컴퓨터 및 인터넷을 통해서 온라인상으로 이뤄지는 게임 경기) 덕분에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새로 생겼습니다. 프로게이머란 각종 게임대회에 참가하며 이들을 지원하는 구단 및, 감독, 팀원들과 함께 평소에 기량을 갈고닦습니다. 이런 E-Sports의 규모는 생각보다 꽤 규모가 있어서 게임을 중계하는 캐스터가 있는 것은 물론 인기 있는 대회의 경우 수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기꺼이 돈을 내며 관람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프로게이머들에게 있어서 게임은 자신의 밥줄이며 매일 최소 수 시간의 게임 연습을 통해 역량을 갈고닦습니다. 이들에게는 분명 게임을 하는 것이 높은 유용성을 가지는 일이며, 애널리스트인 저에게 유용성이 있는 경제 뉴스 보기, 분석하는 기업 산업동향 파악하기 따위의 것들은 별 유용성이 없는 일들 일 것입니다.
LoL (League of Legends) 게임을 관전하는 사람들 (출처: Yahoo)
거듭 강조하지만, 당신이 “나”라는 1인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경영자라고 상상해보세요. 아쉽게도 당신은 낮에는 평범한 사람 행세를 하지만 밤에는 악당을 물리치는 슈퍼 히어로가 아닙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왕이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값나가는 물건 혹은 서비스를 팔아야 합니다. 애플은 제품을 하나 팔더라도 최대한 높은 가격에 제품을 팔아 수익을 창출하는데 기막힌 재주가 있는 장사꾼입니다. 사람 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일을 하더라도 가장 쓸모가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은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법입니다. 본인에게 무엇이 가장 유용성이 높은 (가장 쓸모가 있는) 일인지에 대해 곰곰이 고민해보세요. 만약 현재 당신이 집중하고 있는 일이 유용성이 낮은 (쓸모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이 된다면, 당장 그만두고 무엇에 당신의 에너지를 쏟을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