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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는 제품을 결코 '헐값'에 팔지 않는다

생태계 장악을 꿈꾸는 대륙의 실수 (당신의 절대가치#4)

앞서 애플이 스마트폰 산업의 대부분의 이익을 차지하며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데 그 이유는 한 가지 제품을 프리미엄 가격에 팔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조금만 더 스마트폰 시장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미국에 스마트폰의 원조격인 애플이 있다면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이 갤럭시 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리며 세계 시장을 주도해나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생겨난 스타트업 때문에 2014년부터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에 비상등이 켜집니다. Xiaomi (小米), 중국말로 좁쌀이라는 뜻의 이 스타트업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중국산 제품답지 않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괜찮은 품질의 제품을 판매하여 “대륙의 실수”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기업입니다.


Xiaomi의 창업자 레이쥔 회장 (출처: Xia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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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생겨난 이 스타트업은 짝퉁 애플이라는 조소를 뒤로하며 폭발적인성장을 하는데 급기야 2014년에는 단숨에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합니다. 아직 비상장 기업인 샤오미는 그동안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받은 금액을 종합해보면 기업가치가 무려 46억 달러 (한화 약 50조) 에이릅니다. 최근에는 비록 스마트폰 시장 포화, 특허 약점 및 경쟁 심화 등으로 샤오미가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고작 2010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치고는 무척이나 훌륭한 성적표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참고로 1967년 설립된 우리나라 1등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은 2016년 9월 기준 대략 37조이니, 독자분들께서는 샤오미가 얼마나 짧은 시간에 커다란 성취를 했는지 가늠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쟁쟁한 미국 실리콘 밸리의 벤처기업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샤오미의 가치 (출처: WSJ)


유서깊은 테크 기업들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는 샤오미의 가치 (출처: BI Intelli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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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성장 (출처: BI Intelli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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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성장으로 삼성 스마트폰 중국 내 점유율 하락 (출처: WSJ)

그렇다면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샤오미가 기존 스마트폰 공룡들을 침몰시키며 이토록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답은 박리다매입니다. 박리다매란 가격을 낮추는 대신 판매량을 늘려 매출 및 이익을 늘리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한 동네에 자리 잡은 3000원짜리 빅맥을 100개 파는 맥도널드와 20,000원짜리 수제버거를 10개 파는 고급 수제버거집이 경쟁하고 있다고 합시다. 비용을 포함한 다른 모든 조건들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맥도널드의 매출이 30만 원 (3000 x 100=300,000)이 고급 수제버거 집의 매출 20만 원 (20,000 x 10=200,000) 보다 높으며, 맥도널드는 경쟁사보다 많은 버거를 싼 가격에 팔아 성공적으로 박리다매를 실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샤오미 이야기로 돌아와서, 애플과 삼성이 양분하고 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신생기업인 샤오미는 좋은 제품을 싸게 많이 팔아 점유율을 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샤오미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경쟁사 대비 비슷한 스펙의 제품을 반값 혹은 1/3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낮춰 팔아 수량을 급격히 늘림으로써 박리다매를 성공적으로 실현했기 때문입니다. 샤오미의 공동창업자 중 하나인 린빈의 말을 보면 샤오미의 비즈니스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플랫폼일 뿐, 하드웨어에서 돈을 벌 생각은 없다. 하드웨어를 구입한 사용자들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우리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서비스이다"


즉, 샤오미의 관심은 높은 가격에 스마트폰을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냐입니다. 수익을 내는 것은 그 후의 이야기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샤오미 생태계 (샤오미는 전 제품에 걸쳐 MIUI라는 자체 플랫폼을 운영함으로써 소비자들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샤오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음)로 유인할 수 있으며,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여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에서 돈을 꺼내느냐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하나의 제품을 팔더라도 최대의 프리미엄 가격을 매겨 많은 수익을 내고자 하는 애플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죠?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느냐에 있어서 두 기업의 비즈니스 철학은 극명하게 갈립니다.


샤오미 생태계의 핵심인 MIUI플랫폼 (출처: Xia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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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샤오미의 준수한 품질에 비해 파격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보면 마치 대륙의 실수로 인해 제품을 헐 값에 파는 것처럼 느끼지만, 샤오미 입장에서는 이미 더 큰 그림을 그리면서 하드웨어에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팔고있는 셈이죠. 박리다매의 핵심은 가격을 최대한 많이 낮춰서 수량을 극대화하여 최대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입니다. 만약 샤오미가 원가 수준 이하로 판매 가격을 더 낮춘다면 아마 더 많은 물량을 판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신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겠죠. 그들 입장에서도 최소한의 마진을 보전하기 위한 가격을 설정을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마트나 쇼핑몰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가격파괴, 폭탄 세일 등의 문구들에 현혹되는 것을 보면 판매량을 늘리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가격을 낮추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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