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 (당신의 절대가치#5)
이전 포스팅에서 대륙의 실수 샤오미가 제품을 싸게 파는 것은 결코 헐값이 아니라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샤오미가 아무리 제품을 싸게 만들고 판매한다 하더라도, 인건비나 생산비 같은 고정비용은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을 메꾸기 위한 최저 가격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어떤 기업이 공짜로 재화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어떨까요? 자선단체가 아니더라도 실제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리법인도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은 무료로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신에 막대한 데이터와 트래픽을 모아 광고, 게임 등의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 네이버, 페이스북 등의 인터넷 기업들은 모두 이런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일상에서 무료로 인터넷 기업들의 서비스를 사용할 테지만, 많은 분들이 정작 이런 인터넷 기업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는 모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몇 기업들은 정말 앉아서 떼돈을 버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만 (일부 플랫폼의 경우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기업들은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매출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수익을 내는데 고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터넷 기업들의 서비스는 무척이나 다양하고 우리 일생생활에서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몇 회에 걸쳐 포스팅하도록 하고 우선 우리가 매일 쓰는 카카오 메신저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10대들은 모르겠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에는 모든 사람들이 문자메시지를 즐겨 썼었고 이는 통신사의 쏠쏠한 매출원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발달로 사람들이 소통하는데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것이 바로 모바일 메신저의 등장입니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No.1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주식회사 카카오가 2010년 3월에 론칭한 서비스이고 사용자수는 4천만을 넘어선 국민 메신저입니다. 카카오톡의 기능은 단순한 문자 메시지를 넘어 게임을 하거나, 검색, 동영상, 콜택시, 쇼핑 등 광범위한 기능을 제공하는데, 이제는 대한민국 스마트폰 유저라면 카카오톡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출처: 카카오)
이런 카카오톡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아시나요? 아시다시피 카카오톡을 포함한 모든 메신저 앱들이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유저들에게 과금을 하기란 쉬운 방법이 아닙니다. 그래서 처음에 카카오톡이 택한 주된 매출원은 게임회사들에게 돈을 걷는 방법이었습니다. 모두의 마블, 애니팡 등의 게임은 국민 모바일 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었는데 공통점은 모두 카카오톡에 입점해 있다는 것입니다. 게임 유저들은 카카오톡 친구들의 랭킹을 확인할 수 있고 카카오톡을 통해 게임에 쉽게 접근함으로써 게임회사들은 톡톡히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었죠. 대신에 게임에서 나오는 총매출의 30%를 구글이나 앱스토에 떼어주고, 21%를 카카오톡에 뗴어주고 나면 나머지 49%만 게임 개발/배급사가 취하게 되는 구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 게임이 워낙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게임회사 입장에서는 카카오톡에 입점하는 것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문이었던 셈입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큰돈들이지 않고 단지 유저 트래픽이 많다는 것을 이용해 게임회사들로부터 총매출의 21%를 받으니 앉아서 돈을 버는 셈이었죠. 놀랍지 않나요? 무료로 서비스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저를 확보해 게임회사들로부터 돈을 걷기 시작한 카카오 게임은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습니다.
카카오톡과 연계된 애니팡 (출처: 애니팡)
하지만 2년 전부터 이런 흐름이 바뀐 것이 카카오톡을 통하지 않은 게임들이 많은 마케팅비를 쓰고 대박을 치면서 게임회사들은 카카오톡 게임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핀란드 회사 슈퍼셀의 (지금은 중국의 텐센트가 인수했습니다. 중국은 인터넷에서 무섭게 영토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클래시 오브 클랜인데요 당시에 엄청난 마케팅비를 퍼부었었기 때문에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클래시 오브 클랜이라는 게임이 뭔지는 알 수 있을 정도였고 한국에서 카카오톡을 통하지 않은 이 핀란드산 게임은 오랜 시간 탑 랭킹에 드는 기염을 토합니다. 이를 본 게임 회사들은카카오톡에 수수료를 주는 대신 자체적으로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고, 게임회사들의 “탈 카카오” 현상 (수수료를 내며 카카오에 입점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게임을 배급) 이 가속화되면서 카카오 게임의 매출액도 고꾸라지기 시작했죠. 최근 들어 부쩍 몸 값이 비싼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게임 광고가 많아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카카오 게임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도 히트 친 클래시 오브 클랜 (출처: 슈퍼셀)
쪼그라드는 카카오 모바일 게임 매출 (출처: 카카오)
개런티 높은 연예인들이 모바일 게임 광고에 많이 등장하기 시작 (출처:Game Meca)
카카오가 돈을 버는 방법은 이뿐 만이 아닙니다. 카카오 톡은 광고를 통해서도 돈을 벌고 있는데, 우리는 알게 모르게 카카오톡에 탑재된 광고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카카오 스토리에는 광고가 탑재돼 있는데 유저가 광고를 보면 광고주에게 과금이 되는 방식입니다. 또한 유저가 관심 있는 기업들을 플러스 친구로 추가하면 플러스 친구가 이따금 메시지를 보내는데 이 또한 수많은 카카오의 광고 매출원 중 하나입니다.
카카오스토리에 탑재된 광고 (출처: 카카오)
카카오 메신저와 다음 광고 (출처: 카카오)
하지만 한국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1위 포탈 네이버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검색 기준 네이버의 점유율은 70% 이상이고,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은 65-70%정도입니다) 모바일 메신저만으로 광고시장에서 네이버와 대적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카카오는 비장의 무기로 2014년 10월 2인자 포털 다음과 합병을 하게 됩니다. 이후로 카카오 메신저와 다음 포털 간의 시너지를 통해 광고 매출을 늘려보려 하지만, 네이버에 밀려 카카오는 광고 매출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지부진한 카카오 광고 매출 (출처: 카카오)
게임과 광고 외에도 카카오는수 많은 방법으로 돈을 벌면서 (카카오 이모티콘, O2O 서비스 등) 사업 다각화를 하고 있습니다 (2016년 3월 디지털 음원 서비스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 엔터테인먼트 인수). 하지만 내수시장에만 국한된 서비스와 강력한 경쟁자인 네이버의 지배력, 그리고 다양한 신규사업 때문에 카카오의 수익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때문에 2014년 10월 다음과의 합병 이후 주가 추이를 보면, 카카오의 성적표는 초라한 수준이고 현재까지의 시장 반응은 냉담합니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의 부활을 기대합니다.
급격히 쪼그라드는 카카오 순이익 (출처: 카카오)
2014년 10월 카카오-다음 합병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 (출처: Yahoo Finance)
이전 글 보기
샤오미는 제품을 결코 '헐값'에 팔지 않는다
https://brunch.co.kr/@finance102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