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 책 출간!
불평등은 농업혁명이 시작되고 문명이 형성된 이후, 참으로 오랜 시기에 걸쳐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했다. 강자와 약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주인과 노예, 자본가와 노동자, 부자와 빈자 같은 대척된 계급 간, 자원을 소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간의 생활수준 차이는 극명하게 갈렸다. 그런데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평등한 양태의 빈곤이 있으니 바로 '시간 빈곤'이다. 남녀노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시간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특히나 보통의 한국인은 '빨리빨리'를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시간 빈곤을 절실히 체감한다.
그런데 왜 과거보다 훨씬 부유하고 첨단 과학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은 여전히 시간이 없을까. 무한한 생산과 소비로 경제적 빈곤을 상당 부분 극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시간 빈곤은 그대로인가 (아니 오히려 심화된 것인가) 나의 고민은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쉬어가도 괜찮아'라는 어설픈 위로나 '바쁘게 열심히 살자'와 같은 산업화 시대의 도그마에서 벗어나, 최대한 이성적인 시각에서 바쁨이라는 현상에 대해서 파헤치고 싶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시간 빈곤은 사회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현상이다. 바쁨은 불과 수백 년에 걸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질병이고, 강제적인 속성을 지니며,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어 인간소외를 낳는다. '바쁘게 살아야 잘 산다'는 집단최면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의 질은 반드시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바쁨을 주제로 한 인문사회 책을 출간했다. 바쁘게 사는 사람들을 위해, 바쁨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으려 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문제의 현상과 원인을 명징하게 인식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대안을 함께 고민해보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지난 몇 세기 간, 인류는 시간의 초점을 과도하게 미래에 맞추며 전진했다. 미래를 위해 더 생산적이고 빠르게 움직이며 우리는 점차 바쁨의 출력을 극대화했다. 바쁨의 기어가 맹렬히 돌아가는 사이, 우리는 기계처럼 변해가는 자신과, ‘너무 바빠서 상실한 것들’을 감당해야 했다. 과연 우리에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서 바쁨이 심화됐는가? 아니다. 겨울이 오면 봄이 왔고, 낮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달이 떴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정했다. 다만, 우리의 정신이 바쁨에 강박적인 상태로 개조되었을 뿐.
- <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 中 -
+ 거창하게 썼지만 홍보글입니다. 예술가, 학자, 종교인도 모두 물건을 파는 (혹은 본인 스스로를 상품으로 포장해 판매하는) 상인이 되는 마당에 작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 책이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많이 팔리거나, 자주 회자되어야 합니다. 책의 취지에 공감하시는 분들은 구매해주시거나, SNS에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바쁨 권하는 사회 속 구성원들이 새로운 가능성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 연대할 때, 위대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메시지가 정보의 홍수에 밀려 퇴적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목차
프롤로그 | 스리랑카 기차엔 있지만 KTX에는 없는 것
1부 바쁨의 지배
현재를 사는 원시인, 미래를 사는 현대인
‘뺄셈’의 여가에서 ‘덧셈’의 여가로
원더우먼 증후군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 정체된 질주
2부 바쁨의 탄생
사건의 시간에서 기계의 시간으로
신의 미움을 산 베짱이
번영의 시대에 부족한 것
주 15시간 근로한다는 예언
3부 바쁨의 강제
빠르게 돌아가는 지구본
‘나 이렇게 바쁜 사람이야’
쉴 새 없이 울리는 카톡 감옥
4부 바쁨의 미래
역사에 남을 중대한 변곡점
두 가지 선택지, 워커홀릭 또는 실업자
바보를 길러내는 학교
쾌락에 길들여진 사람들
5부 바쁨의 파괴
바쁨에도 질이 있다
노는 것은 쓸모없다는 착각
권태를 찬미하다
‘잠은 낭비’라던 에디슨은 틀렸다
6부 바쁨 공화국
시간 빈곤자들
‘하면 된다’는 신화를 돌이키며
생존을 위해 돌진하라
한강의 몰락
야망 없이 살자는 야망
에필로그 | 다시, 원시인의 시간으로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