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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Mar 03. 2019

우주 식민지와 노아의 방주

스티븐 호킹의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위대한 과학자 스티븐 호킹의 유작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은 인류가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아야 할 주제를 다룬다. 이는 다음과 같다. 1. 신은 존재하는가? / 2. 모든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3. 우주에는 다른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 4.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 5. 블랙홀 안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 6.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 7.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 8. 우리는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어야 하는가? / 9. 인공지능은 우리를 능가할 것인가? / 10.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


호킹은 젊은 나이에 병에 걸리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후로 생각보다 훨씬 오래 살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생생하게 경험하기 전까지는 삶이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호킹은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것인지를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내 병은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당연히 나는 좌절했다. 박사과정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연구를 끝낼 때까지 살아 있을 수 있는지조차 분명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의 진행이 늦어지는 기미가 보이자 연구에 대해서 새로운 열의가 샘솟았다. 기대치가 0으로 떨어진 후에는 매일매일이 새로운 선물이 되었고,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하기 시작했다. 생명이 있는 동안에는 희망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루어 볼 때 호킹의 신체적 장애가 그의 삶에 완전한 불행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나는 감히 해본다. 인간의 삶에 완전히 좋거나 완전히 나쁜 것은 없다.


내가 가장 관심 있게 읽었던 주제는 우주 식민지이다. 호킹은 인류가 지구를 탈출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지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호킹은 우주를 개척하지 않는 것은 무인도에 갇힌 사람들이 항해를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비유한다. 사실 호킹뿐 아니라 많은 과학자들이 환경 재난이나 핵전쟁으로 인해 지구의 종말이 가까워졌음을 경고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각 국의 이해관계 및 경제적 동기로 인해 언제나 묵살되었다. 우리는 경제 성장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질주하는 자본주의 열차에 탑승해 자연을 거침없이 파괴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 누구도 이를 멈출 수 없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이윤을 포기하자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순진한 생각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석유 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며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인류가 자연을 파괴한 대가는 반드시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언젠가 미래의 후손들은 강제적으로 지구를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 같다. 


스티븐 호킹은 또한 15세기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예로 들며 당시에는 지구 상에 개척할 식민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곳은 남아있지 않기에 더더욱 우주 개척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그가 서구권의 제국주의 마인드를 가진 과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콜럼버스는 개척자인 동시에 파괴자였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개척자'들에 의해 발견된 수많은 원주민들이 학살되거나 노예로 전락하면서 고유한 전통과 문명이 파괴된 것은 끔찍한 비극이다. 하지만 강자의 기록인 역사는 이러한 사실을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신대륙 발견 이후 얼마나 문명이 발전했는지를 자랑스럽게 내세울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미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우주 패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는 점인데, 미래에 우주 시대를 개척할 콜럼버스는 아마 이 세 국가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


만약 지구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파괴되어 인류가 우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다시 말해 70억 명이 넘는 전 세계 사람들이 우주로 향하는 노아의 방주에 탑승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탑승객을 선별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을까? 당연히 우주 식민지를 개척한 패권국과 관련 기업일 것이다. 미국의 NASA, 블루 오리진 (아마존 창업가 제프 베조스 소유), 스페이스 X (테슬라 창업가 엘론 머스크 소유)가 중국 공산당 하위 간부나 시리아 난민들에게 선뜻 무료로 우주선의 자리를 내어줄 리 만무하다. 아마도 고액의 탑승료를 지불할 경제력이 되는 자산가 및 소수의 엘리트 계층에게 우선권이 주어질 것이고, 지구에 남겨진 대중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하늘 위 우주선을 올려다봐야 할 것이다. 자칭 휴머니스트인 나는 이런 비극이 연출될 바에야 차라리 소행성이 지구에 급작스럽게 떨어져 모두가 평등하게 죽음을 맞는 상황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에서 사라져 우주의 먼지가 되고, 다른 종에게 지구라는 터전을 물려주는 것. 어쩌면 이것이 훨씬 휴머니즘적인 결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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