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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Apr 14. 2019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

유발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를 읽고

유발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책을 크게 다섯 가지 파트 - 1) 기술적 도전; 2) 정치적 도전; 3) 절망과 희망; 4) 진실; 5) 회복탄력성 - 으로 나누어 인류가 당면한 현재 상황에 대해 서술한다. 책의 서두는 "하찮은 정보들이 범람하는 세상에서는 명료성이 힘이다" 로 시작하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정보의 홍수라는 대재앙에 시달리는 인류에게 명료성은 조타수 역할을 한다. 그러나 명료성을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매순간 범람하는 정보의 쓰레기들이 명료성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구텐베르크 인쇄혁명 이전에 인류가 정보의 부재로 고통받았다면 인터넷 혁명 이후 인류는 정보의 과잉으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내가 이 책에서 감명깊게 읽었던 부분은 '무지'이다.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 특히 고등교육을 받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무지에 대해 인정하기를 꺼린다. 또한 인터넷 덕분에 사람들은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며 건져올린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의기양양하게 뽐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진실에 대해 알지 못할 뿐더러 더욱 심각하게는 우리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 유발하라리는 장차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 자신에 관해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알고리즘일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이에 동의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면 그동안은 타인이 - 주로 부모 - 개인의 삶을 좌지우지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알고리즘이 삶의 주인이 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역량은 무지를 인정하는 겸손함과 상황을 명징하게 바라보는 관찰력, 그리고 유연하게 행동하는 실행력이다. 과학자와 같은 자세로 무지를 바탕에 깔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 흩뿌려진 정보의 조각들을 모아 현상을 올바로 해석하고 큰 비전을 갖는 것. 그리고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 나는 이것이야말로 미래에 요구될 역량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유발 하라리도 나와 생각이 비슷하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전수해야 할 교육 내용과 가장 거리가 먼 것이 바로 '더 많은 정보'다. 정보는 이미 학생들에게 차고 넘친다.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이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차이를 식별하는 능력이며, 무엇보다 수많은 정보 조각들을 조합해서 세상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교육인데, 안타깝게도 교육 시스템은 발전할 생각이 없다.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가르치는 대신 컴퓨터와 암산경쟁에서 이기는 법을 가르치는 꼴이다. 과연 교육 시스템이 바뀔까?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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