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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를 내는 테슬라가 현대차보다 주식가치가 높다고?

상대가치에 관하여 (당신의 상대가치#1)

이전 포스팅에서 기업 (사람)의 주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가격 (유용성), 수량 (노력) 그리고 비용 (부정적인 생각) 들로 이루어진 절대가치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주지했듯이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절대가치만으로는 결정되지 않으며 상대가치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상대가치를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자면, 당신이 일요일 점심 배가 고파 라면을 사러 마트에 갔다고 상상해보세요. 마트 진열대에는 여러 가지 라면들이 있습니다. 국물이 매운 얼큰한 A 라면, 양 많고 면발이 두꺼운 B 라면, 조미료가 덜 들어간 건강한 C 라면 등등 라면을 만든 제조사 및 특성도 가지 각색입니다. 당신은 기호에 따라 라면을 선택할 수 있겠지만 구매 과정에서 가격 또한 중요한 요소겠죠. 평소 매운맛을 좋아하는 당신은 A 라면에 눈길이 갑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아직 A라면의 가격이 책정되지 않았고 따라서 마트 진열대에는 A라면의 가격표가 없다고 생각해봅시다.


B라면과 C라면이 한 봉지에 1000원이라고 했을 때, 당신이 지불해야할 라면 A의 적정 가격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옆에 놓인 같은 라면 제품군인 B라면과 C라면 수준인 1000원일까요? 아니면 A라면이 B라면 대비 양도 적고 C라면보다는 건강에 안 좋으니 이보다 더 할인된 가격일까요? 혹은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어필하는 제품이니 이보다 더 프리미엄의 가격일까요? 물론 우리는 보통 마트에서 라면을 살 때 이런 심각한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식품이다 보니 대개 한 끼에 1000원에서 2000원 사이 부담 없는 가격이죠. 저라도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당장 굶주린 배를 채워줄 눈에 보이는 라면을 사지 그 앞에서 라면의 적정 가격을 고민하느라 계산기를 두드려 보지는 않을 거에요.


대표적인 서민식품 라면 (출처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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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대상이 라면보다 훨씬 비싼 자동차나 집이라면 어떨까요? 당연히 훨씬 신중하고 꼼꼼히 가치를 비교해보고 구매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물건을 살 때 비슷한 물건을 두고 저울질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큰 투자 금액이 왔다 갔다 하는 주식시장에서도 이러한 가치 분석은 항상 요구되며 절대가치 분석과 더불어 상대가치 또한 투자에 주요한 척도 중 하나입니다. 과연 이 기업의 현재 주가 수준이 다른 기업보다 싼 지 (비싼지) 여부를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판단하며 적정 주가 수준을 벗어났다고 생각할 경우 매수 (매도)하게 됩니다.


똑같은 1000원의 주당순이익 (EPS)을 내며 비슷한 규모의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 A와 B가 있다고 해봅시다. 절대가치를 이 기업이 창출하는 순익이라고 생각했을 경우, 언뜻 같은 순익을 내는 A와 B의 주가는 필연 같아야 할 것처럼 보이나 A기업의 주가는 10,000원인 반면 B기업의 주가는 20,000원 일 수 있습니다. 이때 A기업의 P/E는 10배 (주가 10,000/주당순이익 1,000=10배)인 반면, B 기업의 P/E는 20배 (주가 20,000/주당순이익 1,000)로 투자자들은 A기업 대비 똑같은 순익을 내는 B 기업에 2배의 주가 프리미엄을 내는 셈입니다. (실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데있어서 P/E만이 유일한 상대가치 평가도구는 아니며,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지만, 이 글에서는 읽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P/E를 기본 상대가치 산정 방법으로 전제합니다.) 때때로는 A기업에 비해 B기업의 매출 및 수익이 현저히 작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적자가 나는 경우에도) B 기업이 A기업에 비해 프리미엄에 거래가 될 수 도 있습니다.


비슷한 사업을 하는 두기업 중 더 적게 수익을 내는 기업의 주식을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산다? 언뜻 보기에는 불합리한 투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주식시장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자동차산업을 보시죠.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글로벌 기업이자 대한민국 최대의 자동차 기업인 현대 자동차의 2015년 말 시가총액은 대략 33조입니다. 시가 총액이란 유통주식 수에 주가를 곱한 것으로 쉽게 말해 주식시장에서 그 기업의 덩치를 뜻합니다. 대개 어떤 기업의 시가총액과 그 기업이 가지는 영향력은 비례합니다.


참고로 현대자동차는 삼성전자 다음으로 대한민국 유가증권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 총액 기준 2위 자리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 있는 기업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 33조에, 매출 및 순익은 각각 92조, 6.5조를 기록했으니, 2015년 이 기업의 상대가치 지수인 P/E 는 5.1배 (시가총액 33조/순이익 6.5조)인 셈입니다. 1967년고(故) 정주영 씨가 설립한 현대 자동차는 약 5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한 해에만 전 세계에 약 500만 대의 자동차를 파는 우량한 기업입니다.

전 세계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현대차 그룹 (출처: 현대·기아차)


한편, IT기업의 성지 실리콘 밸리에서 태동한 테슬라는 자동차를 만드는 신생기업입니다. 현대 자동차의 50년 업력에 비하면 (포드의 경우 100년이 넘습니다) 2003년에 설립된 테슬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만, 테슬라는 기존의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 배터리로 굴러가는 전기차를 판매합니다. 테슬라의 CEO인 엘론 머스크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우주에 로켓을 쏘고 태양광 관련 회사를 운영하는 등 미래지향적인 경영으로 실리콘 밸리의 루키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훈훈한 외모와 이러한 파격적인 행보덕분에 영화 「아이언 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로 나오는 아이언 맨의 실제 모델이 엘론 머스크인 것은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 (출처: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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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기준, 테슬라의 매출은 약 4조 5천억 수준이며 순익은 1조 정도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한 해 판매한 차량은 약 5만대 수준입니다. 하지만 매출 및 판매량 기준으로 현대자동차와 비교했을 때 약 5%, 1% 수준인 이 신생기업의 시가총액은 어떨까요? 2015년 말 기준, 약 36조로 현대자동차의 시총 33조와 비교했을 때 주식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받는 셈입니다. 게다가 1조 원가량의 적자를 냈으니 상대가치인 P/E지표로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순익 이적 자일 경우, P/E 지표는 유효하지 않음). 현대자동차 대비, 테슬라의 영세한 (?) 사업 규모 및 엄청난 적자에도 불구하고 이 주식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고 있는 이유는 향후 자세히 포스팅할 상대가치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현대차와는 달리 매년 적자를 내는 테슬라 (출처: 회사 자료)


하지만 주식의 시가총액은 테슬라가 현대차를 앞지름 (출처: Yahoo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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